일단 환율 상승은 수출에 분명 호재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100원이 되면 외국에서 1달러어치의 제품을 팔아도 손에 남는 원화가 이전보다 100원이나 많아진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7원90전(24일 기준)으로 불과 1달 전 1,090원대에서 크게 올랐으며 원·엔 환율도 6월 말 100엔당 800원대에서 최근 940원대로 급격히 올랐다.
하지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주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최근 환율 상승이 당장 하반기 수출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은 환율이 올라도 흐름의 지속가능성, 실제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후에야 제품 단가 인하를 결정한다. 수출이 환율 덕을 보는 시점은 그만큼 미뤄진다.
환율이 수출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최근 사례를 봐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8원50전까지 하락(원화 강세)했고 세자릿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수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0월에는 51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환율이 하락해도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호평마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환율 하락은 올해 수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수출 증감률은 올 들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도 20일까지 8.1% 급락해 수출 뒷걸음질은 7월에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환율이 오르고 있음에도 오히려 수출 전망치를 하향했다. 4월 경제전망에서 전년 대비 -1.9%(통관기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7월 수정 전망에서는 -4.3%로 대폭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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