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의 빛과 그림자] 장막을 걷어라 "로비법 제정해 음성적 거래 차단을" 어차피 '인맥 장사'…100% 투명화 요구 힘들어 로비스트 양성화하고 합법·불법 영역 구분 필요관료 출신 로펌등 한시 취업제한 확대도 고려를 기업과 컨설턴트, 그리고 관료의 연결고리. 자산관리공사의 전 임원은 "M&A 시장에서 인맥관계는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그는 "(M&A 관련자들 가운데) 누구 아들이 어디에 다닌다는 이야기나 사위가 어떻다는 식의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곧바로 노조의 공격이 시작되고 뒤탈이 남게 마련이다"고 밝혔다. 컨설팅 업무를 겸하는 외국계 투자은행 서울지점 대표 A씨는 "재벌 총수 입장에서는 누가 정부의 입안권자인지를 살펴보는 게 전략의 핵심인데 이를 따지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김재록씨는 단순 컨설팅에 멈추지 않고 로비스트 역할까지 해줘 (고객을) 만족시켜준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는 "인맥을 통해 장사하는 컨설팅이나 로비업계에 100% 투명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차제에 로비스트를 양성화하고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구분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비의 양성화=모 컨설팅회사의 한 간부는 "파워엘리트나 그 자녀를 채용하는 관행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어느 나라건 다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다만 미국의 경우 로비시스템이 합법화돼 있고 자체 자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회 일각에서 추진 중인 로비법 제정을 앞당겨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 A씨도 "로비스트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은 이를 회계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하면 깔끔하다"고 설명했다. ◇관료의 한시 취업제한 확대=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비법이 있다고 투명성이 확보되는 게 아니다"면서 "제도는 미국식을 받아들여놓고 실제 운영은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관료들의 네트워크만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관료들의 퇴직문을 추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ㆍ유관단체 임직원이 퇴직 후 2년 동안은 업무와 관련된 곳에 취업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법무ㆍ회계법인 등은 고문 직함일 경우 예외로 하고 있다. 실제로 재경부의 간부급 인사들은 이 규정을 이용해 로펌 등에 과장급 이상으로 퇴직해도 최소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배 위원은 "민간 기업은 몰라도 컨설팅기관이나 로펌 등 일부 직종은 이번 기회에 적어도 1급 이상 고위 임원들이 곧바로 이동하는 일이 없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니스 월' 실질 작동=전문가들은 허술한 국내법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에는 '차이니스 월(방화벽)'과 같은 정보 교류 금지에 대한 법이 있지만 거의 무용지물인 상황. 지난 97년 진로 자문을 맡았던 골드만삭스가 내부 정보를 이용, 진로 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입해 큰 차익을 얻은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재무자문을 하던 곳이 투자자로 돌변한 것이다. 기업 문제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한국의 아마추어 기업이 미국의 선진 프로에게 농락당한 케이스"라고 규정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몇 년 전 규정을 바꿔 컨설팅업체 선정을 부장 전결로 하고 외부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 민원을 막기 위한 것인데 사장은 물론 임원 이상 누구든지 일체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내부 역량 강화 필요=컨설팅업체의 전문성 강화도 시급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한적 경쟁체제이다 보니 중간에 끼어들 변수들, 예를 들면 인맥 등의 고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400여 업체가 있지만 시장은 100개가 채 안되는 곳이 독차지하고 있다. 중소업체의 평균 컨설턴트 수는 7.6명. 5명 미만도 43%에 달한다. 국내 업체 대부분이 설립 5년 미만이어서 경험과 노하우가 모두 뒤처진다. 산업자원부 자료를 보면 외국계 컨설팅사 상위 13곳의 컨설턴트 1인당 교육시간은 연간 118시간인 반면 국내사는 40~60시간에 불과하다. 정옥래 컨설팅협회 사무국장은 "컨설팅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전문인력의 부족"이라며 "결국 인맥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영기ㆍ김민열ㆍ이철균ㆍ현상경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6/04/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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