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정문 공개] 산업계 반응

한미 FTA 협상문이 공개되자 직접적인 수혜가 눈에 보이는 섬유업계는 장밋빛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원산지 규정이 당초 요구 수준보다 훨씬 느슨해진 것으로 확인된 자동차 업계는 ‘짝퉁 미국산’ 자동차들의 공세를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25일 공개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관세혜택이 주어지는 미국산 자동차는 순원가법 기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원가법이란 제품가격에서 마케팅 비용, 선적 비용, 로열티 등을 모두 제외하고 원가만 제품의 가치로 계산하는 방식. 이번 협정문에 따르면 전체 제조원가 중 35% 이상만 미국에서 조달되거나 생산되면 미국차로 인정돼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당초 한국 측은 북미자유무역협정(62.5%)이나 미국과 호주간 FTA 협정(50%)에 근거해 기준치를 ‘50% 이상’으로 요구했었다”며 “(협상문을 통해 확인된 것은) 하지만 그 절반 정도인 35%에 그쳤다”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쉽게 말해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및 유럽 브랜드 차량들이 미국차로 둔갑해 국내로 밀려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김현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 메이커 자동차 대부분이 NAFTA 원산지 협정에 근거해 순원가법 기준 62.5%를 웃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원산지 규정이 지나치게 완화됐다”며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 자동차들이 한미 FTA를 활용해 국내 시장으로 우회 수입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섬유업계는 신이 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문을 분석한 결과) 섬유류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 비율은 수입액 기준 61%, 품목 수 기준 8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국내 주요 섬유ㆍ의류업체 대부분이 FTA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품목별 대미수출 1위 품목인 스웨터의 경우 관세율이 32%인 상황에서 즉시 관세 철페로 인한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양말(관세율 14%)과 남성셔츠(28%) 등도 즉시 철폐 대상으로 지정돼 직접적인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사의 원산지 규정으로 인한 수혜도 가능해졌다. 한미 FTA 협상문에선 라넨직물과 합성 여성 재킷 및 합성 남성셔츠 33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예외 규정을 적용한 만큼 국내산 폴리에스테르와 스판덱스 등의 수요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원사의 원산지 규정은 국내에서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에 직접적인 수혜를 안겨줄 뿐더러 원사에서 직물ㆍ패션에 이르는 클러스터 형성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미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패션 산업의 미국 수출시장 공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