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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확 달라진 우리금융

"털건 다 턴다"… 민영화 앞둔 이순우의 클린뱅크 모험<br>3분기 순익 83% 줄었지만 "우리은행 매각 위해 꼭 필요"<br>대손충당금 8,120억 쌓아<br>예보 약정 불이행 감수하더라도 '팔리기 좋은 몸' 만드는 게 우선


우리금융지주의 올 3ㆍ4분기 실적을 두고 말이 무성하다.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3.6%나 쪼그라든 864억원에 그쳐 실적 개선 흐름이 완연한 다른 금융지주와 확연히 대비되는 탓이다. 자산 규모(429조원, 9월 말 기준) 1위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낙제점, 어닝 쇼크란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우리금융 내부 기류는 이런 비판적 목소리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실적 악화를 우리은행의 성공적 매각을 위한 '클린화 작업'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실을 털어내 우리은행에 대한 시장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적 악화가 다분히 의도한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순이익 감소는 눈앞에 다가온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자 멍에"라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클린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자산 정리에 어떤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겠냐"며 "하지만 민영화를 반드시 해내야 하는 만큼 STX를 포함해 동양ㆍ쌍용건설 등 부실 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의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일부 금융지주, 교보생명 등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자산건전성ㆍ수익성 등에 대한 우려로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하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보면 올해 두드러진 실적 악화는 내년 벽두부터 매각 이슈에 휩싸이는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없지 않다. 가급적 올해 부실을 다 털어내면 한결 몸집이 가벼워져 재도약이 수월해지고 몸값도 올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3ㆍ4분기에 대손충당금으로 8,120억원을 쌓았다. 직전 분기 대비 42.5% 늘어난 규모다. STX와 관련한 충당금이 3,025억원이나 됐고 쌍용건설 및 동양과 관련해서도 각각 818억원, 278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주력 사업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충당금 규모가 크게 줄며 3ㆍ4분기 실적이 호전된 다른 은행과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이 관계자는 "올 3ㆍ4분기에 털 것은 다 털었다"며 "시장은 냉혹하지만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추가로 힘들어지는 기업이 나오지만 않으면 4ㆍ4분기 충당금 규모는 크게 줄 것"이라며 "내년에는 순이익이 1조원 이상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인지 어닝 쇼크에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올해 충당금 부담 증가는 앞으로 원활한 민영화를 위한 것이란 점에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조선ㆍ건설ㆍ해운 업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있어 민영화에 따른 주주 가치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회장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개선약정의 불이행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실부터 털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며 "민영화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전략적 셈법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익이라는 잣대로만 은행을 평가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은행 한 실무진은 "성동조선 지원을 놓고 채권단끼리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일부 은행은 지원에 반대하며 채권단에서 탈퇴했다"며 "이런 식으로 은행 경영을 해온 곳과 기업금융을 해온 우리은행을 일렬로 세워 이익 규모를 따지는 것은 온당치 않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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