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비상] 강추위에 온열기 팡팡… 호객하려 문은 활짝… "절전 나몰라라"<br>"문닫으면 장사 못해" 정부 단속도 아랑곳안해<br>"기준보다 온도 낮다" 난방기 당당하게 가동<br>정부 "추가규제 할수도"
| 15일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가 시행된 첫날, 공무원들이 명동 로얄호텔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는다. 조영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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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단속해라, 나는 돌린다" 명동 일대의 한 가게는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문을 활짝 열고 온열기까지 가동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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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온도 단속 첫날 명동 가 보니
[전력수급 비상] 강추위에 온열기 팡팡… 호객하려 문은 활짝… "절전 나몰라라""문닫으면 장사 못해" 정부 단속도 아랑곳안해"기준보다 온도 낮다" 난방기 당당하게 가동정부 "추가규제 할수도"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15일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가 시행된 첫날, 공무원들이 명동 로얄호텔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는다. 조영호기자
"너는 단속해라, 나는 돌린다" 명동 일대의 한 가게는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문을 활짝 열고 온열기까지 가동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출입문을 닫고 영업하라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 15일 오전11시. 명동의 한 대형 화장품가게 주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항의성 발언을 연신 늘어놓았다.
전력난 극복을 위한 난방온도와 네온사인 제한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특히 이날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명동거리의 대형 신발ㆍ화장품ㆍ옷가게, 편의점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10곳 중 9곳은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가게의 점원은 단속반이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영상 17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가게 천장에는 전력소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시스템난방기가 가동되고 있었지만 열어 젖힌 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 탓에 온도는 규제대상인 20도를 밑돌았다.
전날 원전 2기가 한꺼번에 멈춰서면서 전력예비율이 8%대까지 추락했고 이날 역시 강추위로 오전 한때 예비율이 9%대에 불과했지만 '많이 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유명 화장품의 한 지점장은 "원전이 멈춘 것도 알고 전기를 아끼자는 정부시책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출입문을 닫으면 가게 매출이 크게 떨어진다"며 "명동의 모든 가게가 출입문 닫기에 나서지 않는 한 그럴 뜻은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나타냈다.
명동의 경우 한류열풍이 불면서 주로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탓에 '호객'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은 관심 밖의 일처럼 보였다. 겨울철 난방온도 규제로 전기를 아끼겠다는 정부정책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날 지식경제부와 서울시청ㆍ구청ㆍ에너지관리공단ㆍ시민단체 등 400여명은 명동을 비롯해 강남 등 시내 25개 구 전역에서 동시단속을 벌였다. 전국의 지자체 역시 이날 일제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계약전력이 100kW 이상인 전국 5만8,000개의 건물을 온도제한 대상으로 정했다. 에너지절약 강화를 위해 이전까지는 초대형 건물 478곳만 냉난방 온도를 규제했지만 올겨울부터 대폭 확대한 것. 1회 위반시 경고장만 발부되지만 5회 위반 때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날 단속에 함께 나선 송유종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지금은 냉난방 온도제한만 규제대상으로 돼 있지만 앞으로 상황을 봐서 여름과 겨울철에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에너지절약을 위해 앞으로 시내버스의 과도한 난방을 제한하는 효율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명동의 쇼핑거리 인근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점검이 이뤄졌다. 보통 10층 이상의 건물은 3개 층의 온도를 측정해 평균값으로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롯데백화점은 1층과 지하 1층의 실내온도가 각각 17.7도, 19도를 나타냈다. 5층은 21.8도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주로 전력 피크시간대를 피해 난방을 하지만 백화점의 경우에는 굳이 난방을 하지 않더라고 조명에 의한 난방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인근에 위치한 OCI는 이번에 처음으로 난방온도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1층 로비의 온도는 20도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10층 사무실은 21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건물 관리자는 "아침 6시30분에 난방기를 30분간 가동한 후 끈다"며 "건물 내 설정온도를 20도로 해놓았지만 난방을 하지 않아도 컴퓨터 등 전자기기 등으로 실제온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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