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활동은 노동인가, 봉사인가.'
철학 쟁점과도 같은 이 문제가 성직자들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종교인 과세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입법을 재추진하려고 벼르는 가운데 종교계 일각이 근로장려금(EITC)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하려는 기획재정부안에 대해 종교계 일각이 EITC를 받을 수 없는 방안이라며 반대를 하고 있어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정부안대로 기타소득으로 처리한 뒤 필요경비를 최고 80%까지 인정해주는 방법이 종교인으로서는 세 부담이 가장 적다"며 "그러나 기타소득으로 처리하면 EITC와 연계된 혜택을 못 받는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EITC란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정부보조금이다. 현재는 연간 총 급여 2,50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 대해 자녀 수와 급여액 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근로소득, 사업소득(방문판매원·보험설계원)이 있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EITC 혜택을 주려면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종교계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신성한 종교활동을 어떻게 노동행위로 폄훼할 수 있느냐'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불교는 무소유를 원칙으로 하고 기독교도 교리상 청빈과 자기희생을 기본으로 삼아 선교를 하는 종교이다 보니 이윤을 추구하는 노동행위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소득세법상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분류항목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정치권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세정당국자는 "그런 식으로 특례를 주면 예를 들어 '선생님 소득' '군인 소득' 하는 식으로 특수성 있는 직업군의 소득을 일일이 다 따로 분류해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다른 근로계층을 역차별하는 것이고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과세를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반대했다.
이처럼 EITC문제가 불거지자 학계 일각에서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을 보면 10명 중 8~9명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면세점 이하 계층으로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종교인에게 EITC를 적용해주면 걷는 세금보다 ETIC로 나가는 예산이 더 많아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세금 내서 종교인들 호주머니를 채워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종교인은 EITC를 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표심을 눈치 봐야 하는 여야가 종교인의 EITC 수령금지를 법안에 명시적으로 못 박는 방안에 동의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EITC를 적용해도 종교계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쪽으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세정당국자는 "만약 종교인이 EITC를 신청하게 되면 혜택을 받을 요건을 갖췄는지 과세관청으로부터 검증을 받기 때문에 종교계가 정부에 점점 더 간섭받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종교계 스스로도 원치 않는 일이라는 논리로 임시국회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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