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소득 하위 80% 노인 전부에게 20만원씩을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한 푼이 아쉬운 저소득 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설령 대타협이 이뤄져 오는 4월 국회에서 연금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애초에 약속한 7월 지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해 타협이 지지부진한데 정부 쪽에서 이를 책임지고 풀어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안대로 기초연금법이 처리될 경우 정부가 지게 될 재정부담은 2060년 기준 310조원(정부 안 228조원)에 달하게 되며 하위 70%·20만원 일괄지급으로 타협이 이뤄질 경우 264조원으로 이보다 50조원가량 낮은 수준이 된다.
국회에서 표류하는 민생·경제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법안은 금융감독원만 분리하자는 정부·새누리당 안과 금융위원회 개편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민주당 안이 팽팽히 맞서 올해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의 경남·광주은행 매각과 관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도 4월 국회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처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내에서 '주인의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주요 입법과제 중 몇 건이 통과됐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로부터 중점 처리법안이 무엇인지 리스트는 넘겨받았지만 앞으로 내놓을 대책이 많아 일손이 모자란 관계로 어떤 입법과제가 처리됐고 안 됐는지 일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을 쏟아내는 것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조가 무색한 일처리다.
우리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기재부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느라 주요 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용과 발표 형식을 두고 마지막까지 갈팡질팡한 경제혁신3개년계획이 상징적인 사례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지시만 바라보다 우리 스스로 '바보'가 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역시 명색이 경제부처의 맏형임에도 정책적 주도권을 과도하게 남용함으로써 기재부의 의사결정권을 빼앗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가장 흔드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민간연구소 연구위원)"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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