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라인'과 중국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건 '위챗'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본격적 경쟁에 돌입한다. 절대 강자가 없는 동남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어떤 사업자가 6억 명의 인구를 사로잡을지 관심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사한 플랫폼 형태를 가진 라인과 위챗이 서비스 현지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가 스마트폰에 탑재 늘어나는 '라인', 중국 뚫고 동남아 절대 강자 노린다= 현재 4억6,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맹주인 중국 본토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라인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ASOP(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잇따라 라인 플랫폼을 선탑재하면서 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NOKIA에 이어 올해 LG전자, ZTE, 화웨이, TCL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ASOP는 초저가폰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장에서 잘 팔린다. 다만 콘텐츠가 부족해 도돌런처, 라인카메라, 앱스토어 등으로 구성된 라인 플랫폼의 탑재를 점차 늘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인은 이미 일본과 태국, 대만 등 중국 주변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중국 공략에 집중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을 통해 다시 부는 한류 바람도 적극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강현빈 라인플러스 이사는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아시아엑스포(MAE)에서 "라인의 중국 버전인 롄워(連我)는 중국 본토 기준에 맞춰 현지 환경에 최적화했으며, 라인 세계 서비스와는 별도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라인은 중국에 현지 팀을 구성해 중국 소비자용 맞춤 서비스를 내놓고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ASOP 진영은 콘텐츠 생태계가 부족해 라인 플랫폼 탑재 를 늘릴 수 밖에 없다"며 "라인 가입자는 2020년 12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밖으로 기지개 켜는 '위챗'
위챗을 운영하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다. 특히 문화적으로, 위치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ㆍ4분기 결산발표에 참석한 류츠핑 텐센트 총재는 "성장의 관건은 신흥시장"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챗의 전체 가입자는 6억명에 달한다. 핵심 지표인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지난 1ㆍ4분기 기준으로 4억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위챗의 가장 큰 강점은 모기업인 텐센트의 막대한 자금력이다. 시가총액 125조 원에 달하는 텐센트는 SNS와 게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다.
위챗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기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버블티 전문점 '차타임'과 연계해 할인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후원해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에는 현지 요구에 맞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의 현지화뿐만 아니라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1위 사업자가 돼야 소셜 그래프를 활용해 수익을 꾀할 수 있는 만큼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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