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에너지는 점차 고갈되는 반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는 계속 늘어 포화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다양한 미래도시가 제시됐지만 그 중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지하도시다. 실제로 현재 각국은 지하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은 고베지진 등 재난을 겪으며 더욱 안전한 공간을 찾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목표로 에너지 절약형 지하도시 계획인 '앨리스 시티(Alice City)'와 격자형 거점도시란 뜻의 '도시 지오그리드(urban geo-grid)'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미래 지하도시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미래도시를 구현하는 전 단계로 일부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초기 지하도시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레알지구는 어느 정도 지하도시 모양을 갖췄다. 4층 지하 공간에 6만여개 점포와 수영장, 병원, 전자상가 등이 있다. 4.5km 길이의 지하도로망과 4개의 지하철 노선, 3개의 교외고속전철을 연결해 파리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다. 더욱이 지하 3층까지 자연채광, 자연통풍 시스템으로 공기오염과 음침함을 개선했다. 하지만 현재 구현된 지하시설들은 지하도시라 불리기에는 미흡하다. 지하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개발ㆍ개선돼야 한다. 미래의 지하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인공적인 빛이 아닌 태양빛을 지하 수백미터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는 에너지 절감이라는 측면과 태양빛이 생물에 주는 유익을 생각할 때 꼭 필요하다. 현재는 거울이 달린 잠망경의 원리처럼 광파이트와 광덕트를 사용해서 지하 근거리(지하3~4층)에 태양빛을 전달하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가장 진보된 기술은 광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광섬유는 빛의 손실이 거의 없이 먼 곳까지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현재 개발한 것은 지하 50미터가 한계다. 하지만 지하도시를 제대로 구현하기 빛의 전달 거리가 수백미터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지상에서 태양빛을 모으는 집광기의 효율을 높이고, 필터들이 열을 더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 광섬유를 통해 전달된 빛으로 생물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광섬유로 전달된 빛으로 식물이 정상적으로 광합성을 한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자연채광 기술이 완성되면 지하도시에서 농산물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루병을 예방하는 비타민D 형성을 위한 자외선이 차단되는 문제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둘째로 에너지 기술이 필요하다. 미래 지하도시의 발전과 난방은 땅속의 에너지인 '지열'이 가장 각광 받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열은 '지구'라는 보일러가 주는 공짜 에너지이며, 지하 굴착기술에 따라 잠재력은 무한하다. 이밖에도 지하도시 건설을 위한 화강암층과 같은 안전지반을 확보하는 기술, 도시 건설에 필요한 굴착 및 건설기술 등도 현재보다 더 많은 기술축적이 요구된다. 지상으로 배기가스와 열을 배출하는 환배기 시스템은 현재 설비로 가능하나 안전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지하도시는 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통 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 차량 도입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극복과 함께 경제성까지 확보돼 미래 지하도시가 실현된다면 현재 과밀인구와 무분별한 확장, 심각한 교통난, 공해, 녹지 부족 등의 문제가 해소돼 인류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지하도시가 가져올 미래생활이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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