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회사지?” 미국 30여개 주정부는 지난 2001년 6월 “모 완성차 회사가 10억 달러를 투자해 30만대 생산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유치를 원하면 제안서를 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아 들고 치열한 정보전쟁을 펼쳤다. ‘1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할 만한 곳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공문에는 미국의 한 유명 컨설팅사의 이름만 쓰여져 있을뿐 투자 주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모처럼 찾아온 대형 투자와 고용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 없던 미국 주정부들은 즉각 자신들이 “투자의 최적지”라며 ‘구애’에 가까운 제안서를 냈다. 현대차는 이를 토대로 우선 켄터키와 오하이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7~8개 주를 후보지역으로 추린 뒤 그 해 10월부터 해당지역 주정부 인사들과 면담하는 등 본격적인 현지탐방에 들어갔다. 미국공장 프로젝트를 위해 현지에 상주했던 현대차 ‘V프로젝트팀’의 한 관계자는 “김동진 부회장(당시 사장)과 TF팀이 후보지를 직접 방문하기 시작하자 현지 주정부마다 투자 당사자가 ‘현대차’란 사실에 몹시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 관계자 “이후 후보지역 정ㆍ관계 인사들이 서울 양재동 본사는 물론 현지 실무팀을 수시로 찾아와 정 회장과의 면담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해 이를 조율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대차는 ▦용수ㆍ전기ㆍ도로 등 인프라와 ▦물류 ▦무노조 ▦인력수급 ▦부품산업 기반 ▦주정부의 인센티브 등을 핵심 사안으로 삼아 철저한 타당성 조사에 벌였다. 아울러 기존 인도와 터키 진출 등의 경험을 활용해 대 정부 협력관계 및 협력업체 동반진출 가능성도 함께 조사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 압축된 후보지는 켄터키와 앨라배마 두 곳. 정 회장은 당시 “두 주정부를 동시에 저울질 하면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라”며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발휘했다. 결과는 대성공. 두 곳의 후보지는 서로 1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지원과 함께 수십년간 세금을 받지 않겠다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밀었다. 2002년 4월, 현대차는 긴 고심끝에 보다 강력한 지원의지를 밝힌데다 상대적으로 노조의 활동이 약한 앨라배마주를 낙점, 이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