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전방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데 이어 지난 2007년 포스코와 협력강화 위해 매입했던 포스코강판의 지분마저 현금 확보를 위해 8년 만에 팔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000주(지분율 9.8%)를 모두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신영자산운용에 매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주당 처분 가격은 1만7,484원으로 전체 매각규모는 103억원가량에 불과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동국제강이 이날 매각한 포스코강판 지분은 2007년 포스코와 전략적 우호 차원에서 매입한 것이다.
당시 포스코강판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처하자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상호 지분 교환을 추진했다. 동국제강은 자회사인 유니온스틸을 통해 포스코강판 지분을 사들였으며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은 1월 합병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포스코강판에 대한 적대적 M&A 위협이 사라진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동국제강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포스코와 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포스코강판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재무상황이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매각금액이 100억원가량으로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최고경영진이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던 서울 수하동 본사를 지난달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1,499억원의 자본을 확충했고 올해 1월1일부로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해 자산을 7조4,000억원에서 8조892억원으로 불리며 재무적 유연성을 키웠다. 그러나 여전히 철강업황이 회복되지 않고 손실이 누적되면서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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