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통상권을 두고 백화점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루이비통이 이달 들어 매장을 철수하자 현대가 지역 내에서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해온'고급'이미지마저 빼앗기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동구 범일로에 위치한 현대 부산점에서 지난 99년부터 영업해온 루이비통은 이달초 영업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대 부산점 관계자는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라며 "루이비통이 있던 자리에는 4층에 있던 오메가가 이동 입점했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의 매장 철수가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루이비통이 에르메스ㆍ샤넬과 함께 백화점 각 사가 고급 점포 이미지 강화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이른바 3대 고가 수입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이들 브랜드를 1층에 '모시기' 위해 다른 브랜드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입점 수수료를 적용해주고 인테리어 비용도 백화점이 직접 부담하는 등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입점시켜왔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ㆍ무역센터점ㆍ목동점 등 대표적인 점포가 고소득층이 많은 상권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1층에 고가 수입 브랜드가 즐비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급 백화점'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부산점 역시 그 동안 부산 지역에선 드물게 루이비통ㆍ에르메스ㆍ샤넬 등 3대 브랜드가 모두 입점한 점포로서 이 같은 이미지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하지만 이번 루이비통의 철수로 부산에서 3대 고가 수입브랜드를 모두 갖춘 백화점은 신세계 센터시티점이 유일한 곳이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현대 부산점 매장 철수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 동안 루이비통은 한국 내 전체 매장 수를 일정 수준 이상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펴왔기 때문에 신규 매장 오픈 전에 매출이 저조한 매장을 정리한다는 관측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 부산점 매출은 부산 지역 내에서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는 롯데 부산본점(8,800억원)이나 신세계 센텀시티점(7,62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3,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루이비통코리아 측은 "백화점 측과 상호 합의 하에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매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과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방한 시 언급했던 한국내 매장 수 21개 유지와 관련된 결정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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