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1공장은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판을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곳이다. 차량 측면·바닥·지붕 등 용도별로 들여온 스테인리스 또는 알루미늄판이 용접 설비와 근로자들의 손을 거쳐 6면을 갖춘 차체로 완성된다.
공장 관계자는 "수십 년을 달려야 할 차량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들이 자동화된 용접 설비와 실시간 용접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활용하며 품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웃음을 띠었다.
완성된 차체는 색을 입히는 도장 과정을 거쳐 의장1공장으로 옮겨진다. 좌석과 손잡이·공조시스템 등이 추가되면 정지·주행 상태에서의 각종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생산된 전동차·고속철·경전철 등은 국내보다 해외로 더 많이 보내진다. 실제로 이날 공장의 작업라인 옆에는 브라질 살바도르, 홍콩 등 외국 지명이 흔히 눈에 띄었다.
활기찬 공장 풍경과 달리 현대로템의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세계 전동차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20~30% 초과하는 과잉 상태다. 전통의 철도 강자인 봄바디어·알스톰·지멘스 등도 이에 따라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두 개의 철도차량 제조사를 합친 중국 국영 CRRC가 지난해 말 출범, 전폭적인 정부 지원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전세계 시장을 휩쓸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CRRC는 봄바디어의 철도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기도 하다.
내수 시장은 그야말로 '껌값'이다. 내수 규모가 연 5,000억원 정도로 국내 껌 시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빗댄 업계 종사자들의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다. 안팎의 암초로 현대로템은 올 상반기 1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로템이 믿는 것은 품질과 기술력이다.
이날 만난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전무)은 "그룹사인 현대차의 모듈 생산 방식을 철도 차량 생산에 적용하고 김승탁 사장의 주재 아래 매일같이 품질회의를 열고 있다"며 "덕분에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운행하는 현대로템 철도차량의 품질 문제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장 공장장은 "기술 수준이 여전히 중국보다 우위에 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이 밖에 과거의 품질 문제 유형과 해결 방안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생산품질시스템, 현장 근로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품질개선협의체 등도 운영되고 있다. 차량 납품 후에는 현대로템 직원들이 무조건 파견돼 초기 품질을 관리하는 '신차 100일 작전'도 도입됐다.
현지화의 중요성도 크다. 대부분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자국 철도 시장을 보호하는 경향이 짙은 탓이다. 현대로템은 미국·터키 공장에 이어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브라질 공장을 건설 중이다. 브라질 공장을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페루·칠레·콜롬비아 등 중남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도 신증설을 꾸준히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하반기에 있을 글로벌 수주전에서 승전보를 고대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 등 굵직한 사업도 포함돼 있어 실적 반전이 가능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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