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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금융 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기 목청만 놓이는 등 내홍에 빠졌다. 서로의 인식 차이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해결방법을 놓고도 사사건건 시비가 붙는 모습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차기 정권에서 예상되는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앞두고 정권 말 컨트롤타워를 잃은 두 기관이 일찌감치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며 비꼬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은 금융 당국이 강요할 일이 아니다"라며 "재정으로 채무자의 빚을 직접 갚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들의 프리워크아웃을 독려하고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프리워크아웃은 금융회사가 판단할 영역이고 재정투입은 정부가 판단할 영역인 만큼 권 원장의 발언은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금감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최근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일련의 보도 관련 참고자료'를 배포, 프리워크아웃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것이며 다중채무자 처리 전담기구나 서민금융을 위한 신용보증기금 필요성을 강조한 차원이라며 부랴부랴 해명했다. 금감원은 한 달 전에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금융 당국 수장 간의 시각 차'라는 자료를 통해 두 기관장 간 경기인식 차이를 억지로 봉합했던 적이 있다.
사실 두 기관장의 가시 돋친 설전은 일찌감치 예상돼왔던 것이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가계부채와 서민금융을 놓고 사사건건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설치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단적인 사례다. 두 기관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금감원은 센터 운영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진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성급히 언론에 발표해 꼴사나운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서민금융 포털사이트와 콜센터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산하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서민금융나들목(옛 새희망네크워크)에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했지만 금감원은 서민금융 119라는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오는 9월부터 서민금융통합 콜센터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금감원은 현재 운영 중인 1332 시스템을 통해 모든 금융상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한 지붕 아래 두 식구'의 갈등은 차기 정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금융위 이전 및 부처개편, 금감원 조직개편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 등 각종 이슈에 두 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미 금융감독 주도권을 두고 두 기관의 기싸움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권 말이 될 때마다 금융 당국 안에서 주도권 갈등이 자꾸 불거지는 것이 시장에 좋지 않게 비쳐질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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