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3조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지원 외에도 5조8,000억원에 달하는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별도로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중국의 선박 제조기지인 STX다롄의 정상화 여부에 따라 최대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예상 손실이 일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본지 7월2일자 1ㆍ4면 참조
2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금융당국의 STX조선해양 실사 결과 검토자료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이 같은 변수로 채권단의 지원동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채권은행들은 이런 내용의 실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 RG는 건조계약을 맺은 선주가 조선사에 계약금액의 일정 부분을 미리 지급한 뒤 조선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이 대신 돌려주는 제도다.
실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STX조선해양이 정상화될 경우 이미 맺은 선박 건조계약에 따라 채권단이 5조8,000억원의 RG 보증을 서야 한다고 추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통상적 영업활동의 하나로 여기지만 STX조선해양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경우 채권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사 결과 3조원가량의 자금지원에 이어 이의 두 배가 넘는 환급보증까지 서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G는 STX조선해양이 완전히 정상화 된다면 보증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지만 현재 STX조선해양은 물론 채권단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변수가 된다"면서 "채권단이 5조8,000억원의 지급보증 계약 중에 수익성이 낮은 계약은 선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무조건 RG규모를 줄일 수도 없는 탓이다. 선박 건조를 통해 돈이 돌아야 STX조선해양이 안착하고 채권단의 추가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사 결과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포기하면 1조 1,769억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채권단이 투입한 6조 2,445억의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다. 반면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정상화 시 회수액은 2조2,373억으로 두 배 가량 오른다. 채권단 관계자는"RG지원은 STX조선해양이 정상화 된다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하나로 채권단이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이라면서"장기간 지원하는 개념이어서 당장 급한 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정상화의 두 번째 변수는 STX다롄이다. STX조선해양은 STX다롄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박 건조를 위탁했다. 또한 채권단을 통해 RG도 발급했다.
실사 결과 STX다롄으로 인한 STX조선해양의 예상손실 1조8,000억원은 선박 건조가 중지되면서 발생한 금액이다. 보증채무 6,615억원 이외 ▦다롄지분 손실 5,315억원 ▦위탁건조 RG 3,364억원 ▦대련선박 건조 선급금 몰취 3,165억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STX다롄은 총 3만여명의 근로자와 하도급 업체 등이 있어 중국 당국과 채권단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라도 정상화 한다면 채권단에 넘어온 1조8,000억 원의 부담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 채권단은 최근 한국 채권단에 9척 가운데 6척의 배를 짓는데 돈을 댈 테니 나머지3척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및 채권단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채권단은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단에 비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당국 역시 중국의 협상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채권단의 관계자는"STX다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서"1조8,000억원의 지원금액 가운데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채권단은 특히 중국 정부가 STX다롄 조선 정상화에 드는 돈을 한국 채권단에게 떠넘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채권단은 STX다롄을 청산하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STX다롄을 청산하면 STX조선해양의 부담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매년 지원금액을 결정하기로 한 점은 채권단의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액수를 지금 결정하지 않고 일부 정상화하면 지원금액을 줄여서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산은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온 이후에 본격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실사 결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들었을 뿐 보고서 조차 보지 못했다"면서 "가장 많은 채무가 걸려있는 산은에서 방안을 확정하면 나머지 채권은행은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이번 주 말 실무 협의회를 거쳐 다음주 다시 한 번 채권단 협의회를 연다. 이런 절차를 거쳐 적어도 7월말까지는 지원 방안을 확정한다는 게 채권단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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