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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래드클리프, 끝내 눈물
입력2004-08-23 03:58:07
수정
2004.08.23 03:58:07
뛸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워온 마라톤 여제 폴라래드클리프(30.영국)도 아테네의 살인적인 무더위와 클래식 코스의 오르막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래드클리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 북동쪽 마라토나스스타디움에서 출발해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으로 골인하는 여자 마라톤 42.195㎞에서 36㎞ 지점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타월을 던지며 눈물을 쏟았다.
래드클리프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근육질의 하얀 몸매에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눌러쓴 래드클리프는 25㎞까지 금메달의 주인공 노구치 미즈키(일본), 2위 캐서린 은데레바(케냐) 등과 선두권을 유지하며 변함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을 '유니언 잭'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3천여명의 영국 팬들은 래드클리프가 승부처인 30㎞를 넘어서면 언제나 그랬듯이 폭발적인 스퍼트로 경쟁자들을 따돌려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계시기가 2시간6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래드클리프의 얼굴은 심하게 얼그러졌고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았던 그의 질주는 그 순간에 속도를 줄였다.
터벅터벅 땅을 내딛던 다리가 36km 표시 지점에 맞춰 동작을 멈춘 순간 래드클리프는 하늘과 땅을 향해 번갈아 쳐다본 뒤 한참을 머뭇거리다 다시 힘을 내 50m정도를 달려봤으나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듯 뜨거운 에게해의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려내렸고 고통과 설움을 참지 못한 듯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결승점에 맨 먼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영국 팬들과 취재진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긴 탄식이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에 울려퍼졌다.
2시간15분25초의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을 세우고 5㎞, 10㎞ 등 도로 레이스 기록을 죄다 갈아치우며 난공불락의 요새를 쌓은 래드클리프였지만 그리스 병사 필리피데스의 목숨을 앗아간 클래식 코스는 잔인하게도 그의 심장을 옥죄었다.
10대 때 앓은 천식을 극복하고 크로스컨트리로 지구력을 단련한 뒤 서른을 바라보며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된 래드클리프의 퇴장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이뤄졌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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