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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중국 증시까지 폭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불안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1,200원선을 철통방어하고 있지만 위험자산 회피에 따른 자금 이탈에 얼마나 버틸지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 크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200원선을 놓고 정부와 시장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전 거래일 대비 3원 오른 1,198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하고 몇 분 안 돼 1,2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곧바로 1,190원대 중후반으로 하락했다. 오전10시30분 중국 상하이증시가 3.5% 급락하며 개장하자 환율은 다시 1,200원대 돌파를 시도했다. 오전11시께 1,199원까지 올랐지만 역시 당국의 개입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등으로 1,200원 재돌파는 저지됐다. 정오께 중국 증시가 8% 이상 폭락하자 환율은 1,199원 60전까지 올랐지만 역시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오후 들어서도 환율 상승 압력과 이를 찍어누르려는 당국의 공방으로 1,196~1,199원 사이에서 오르내리던 환율은 결국 전 거래일보다 4원 오른 달러당 1,199원으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200원까지 올랐던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시장 분위기가 더 환율 상승(원화 약세) 쪽에 쏠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하루 정부가 1,200원선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증시 폭락 등으로 시장의 위험회피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도 1,200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영선 외환은행 트레이딩 부문 팀장은 "중국 등 전 세계 금융시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 환율이 1,200원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원·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100엔당 990원 9전(외한은행 고시 기준)에 거래돼 전 거래일보다 18원 7전 급등(엔화 대비 원화 약세)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엔화는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200원, 엔·달러 환율 120엔이면 원·엔 환율이 1,000원이 된다"며 "현 분위기상 1,000원대에 복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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