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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택시기사도 환호하는 한국 장난감
[문화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다] 컬쳐 강소기업이 뛴다 ⑤로이비쥬얼파리 택시기사도 알아보는 핫 아이콘… 폴총리, 글로벌 캐릭터 새 얼굴로 내달부터 일본 공중파에 방영40개국 진출… 5월 중국 런칭기획 단계부터 해외 공략 성공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이동우
"지금 프랑스 토이저러스(장난감 전문 판매장)에 가면 '로보카 폴리' 제품은 다 팔려 텅 비어있습니다. 지난해 절반만 판매했는데도 유아용 완구 시장에서 푸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파리의 택시기사도 알아볼 정도입니다."
로이비쥬얼이 제작한 토종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는 취학 전 4~7세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아이콘이다.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상품군만 500여종이 넘고, 국내 유아 타깃 시장에서 30~40%를 차지할 정도다. 폴리의 영향으로 최근 기획되는 애니메이션 중 대다수가 자동차와 변신로봇을 다룬다고 한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방송, 캐릭터, 완구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뽀통령'과 견주는 '폴총리'로도 불리는 로보카 폴리는 경찰차 폴리, 구급차 엠버, 헬리콥터 헬리 등 어린이에게 친숙한 자동차 캐릭터들이 변신해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6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난 이동우(사진) 로이비쥬얼 대표는 "소비자들이 (내 별명을)총리라고 붙여줬다"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한국시장은 굉장히 작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도쿄에서 일본시장 진출 발표회를 가졌다. 다음달부터는 캐릭터 완구를 판매하고 4월부터는 TV도쿄 채널을 통해 공중파 방영을 시작한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 심장부에서 폴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굉장히 뿌듯했다"면서 "현지 완구업계에서 유명한 에이전트도 최고 인기인 호빵맨에 필적하는 킬러 콘텐츠로 평가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로이비쥬얼은 유럽과 동남아 일부 등 40여개국에 진출해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9개의 미디어파트너, 6곳의 라이센싱 에이전트와 60~80개의 라이센시를 확보했다. 올 1ㆍ4분기가 지나면 관련 아이템은 1,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올 봄 러시아와 중국 시장 런칭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은 5월경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깔아야 하는 완구가 부족해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EBS에서 방송을 시작한 로보카 폴리가 빠르게 인기를 끈 배경은 이 대표가 기존 틀을 깬 사업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 기획 후 투자를 받아 제작하고 방송이 되고 나서야 라이선스 사업자를 모집한다. 즉, 방송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나야 관련 상품이 나오고 또 1년이 지나야 자금이 들어오는 롱텀 비즈니스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제작발표 후 투자받는 시점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는 "국내는 인기많은 캐릭터에 쏠림이 심하고 신규진입이 어려워 해외 방송사와 제작사를 찾아 다녀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2005년 기획을 시작한 폴리를 2009년 처음 발표한 뒤 지금까지 다른데 한눈 팔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파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98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후 묵묵히 한 우물만을 파왔다. 2003년 SBS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우비소년' 시리즈로 처음 이름을 알렸고, 2005년 3D 애니메이션 '치로와 친구들'을 제작했다. 폴리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연령대를 겨냥한 아이템을 준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청소년용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 아들을 위해 기획한 폴리가 소위 '대박'을 쳤지만 이제 성장한 까닭에 그들을 위한 새 아이템을 구상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3년 정도 됐는데 기획하고 점검하고 다시 갈아 없는 일련의 과정들이 연애편지 같다"고 소개했다.
급성장에 따라 인력도 지난해 40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 70명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인력이 모자라 미국 시장 진출은 하반기로 미뤘다. 이 대표는 "신작을 늦추는 것도 한 박자 쉬어가면서 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을 탄탄히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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