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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유통기업인 이온그룹 본사가 위치한 지바시 마쿠하리신도심. 이곳에 최근 새로 들어선 최신 복합쇼핑몰 '마쿠하리신도심 이온몰'은 남녀노소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구성에 '체험'을 통해 추가적인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현지 유통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의료·금융·레저·휴식·취미생활 등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실내에서 최대한 수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넌트(임대점포)를 유치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차공간만 1만3,000대나 되는데도 복합몰 오픈과 함께 주변에 버스정류장 4개소가 신설됐을 정도다. 방대한 건물인 만큼 태양광발전 시설, 친환경 조명, 전기자동차 충전소 등이 설치됐으며 내외부 인테리어에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 오픈 이후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전국의 동종업계 관계자들이 '견학' 차원에서 꾸준히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마쿠하리신도심 이온몰이 개장하자 반경 5㎞ 안에 위치한 전국 매출 1위, 규모 2위의 복합쇼핑몰 '미쓰이 라라포트 도쿄베이'는 곧바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마쿠라히리신도심을 벤치마킹해 점포나열식 쇼핑몰에서 체험형 시설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이온몰의 한 관계자는 "바깥에서 할 수 없는 체험의 장을 제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라며 "가령 쇼핑몰에서 자전거박람회를 열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장비를 갖고 싶도록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쿠하리신도심 이온몰 내 체험공간은 전체 영업면적 중 3분의1을 차지한다. 이곳에는 이온그룹이 운영하는 전문상점들은 물론 영어학원·악기교습소·요리학원·결혼상담소·금융상담센터·서점·여행사까지 입점해 있다. 레저 수요를 위한 테니스코트·풋살코트·실내골프장·볼더링·스포츠클리닉 등도 있다.
고령화 사회를 타깃으로 한 공간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쇼핑몰 안에 위치한 병원 진료과목은 25개, 신정 연휴 사흘을 제외하고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또 내과·이비인후과·치과 등 찾는 환자가 많은 곳은 쇼핑몰 영업시간에 맞춰 오전9시30분부터 오후9시30분까지 진료를 한다. 부인과 함께 왔다는 50대 쇼핑객 이시바씨는 "멀지 않은 곳에 사는데 병원 진료과목이 많아 마음에 든다"며 "이곳에 오면 개를 맡겨놓고 장을 보고 식사를 한 후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고령화·핵가족화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반려동물 동반 쇼핑객을 타깃으로 한 공간이 쇼핑몰 4개 테마 중 1개를 차지하는 점도 눈에 띈다. 24시간 야간 동물병원과 반려동물을 위한 미용실·호텔·놀이터·잡화점·재활센터·카페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온 20대 여성 쇼핑객 요시다씨는 "강아지와 함께 차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한다"고 전했다. 사회변화 속도에 빠르게 따라가야 생존할 수 있는 유통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처럼 단순히 상품을 진열해놓고 수동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적극적으로 소비자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선회한 일본 유통업계의 변화는 국내에도 이미 도입됐다. 국내 유통시장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업태의 성장성이 과거보다 떨어진데다 오픈마켓·종합몰·소셜커머스·홈쇼핑 등 타 업태들이 일제히 영역파괴를 외치며 더 싼 가격과 무점포 판매의 편리성을 앞세워 무한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모두 미래 청사진으로 복합쇼핑몰을 내걸었다. 이들의 전략 역시 일본 유통기업들과 유사해 2,200만명이 넘는 수도권 인구를 쇼핑몰 안으로 끌어들여 '하루종일 놀고 먹고 쇼핑하게 만드는 것'이다. 2차적으로는 수도권 다음으로 소비력이 높은 광역시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년 전부터 해외 유명 쇼핑몰들을 직접 돌아보면서 한국형 복합쇼핑몰을 구상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도쿄,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독일 뒤셀도르프·퀼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호주 멜버른·시드니 등을 방문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는 2016년 하남에 들어서는 신세계 유니온스퀘어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며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이 소비자들의 생활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그룹의 미래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의 성공을 통해 복합쇼핑몰 사업에 자신감을 얻은 신세계는 하남 유니온스퀘어에 1조원을 투자한다. 연면적이 33만㎡로 인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과 비슷한 규모다. 신세계는 이곳에 백화점은 물론 패션전문관·영화관·공연장·전시시설 등을 모두 집결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인천 청라(2016년), 대전(2016년), 안성(2016년), 의왕(2016년), 고양(2017년)에도 '신세계표'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올려 수도권 주변 인구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가 수도권을 포위하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노리고 있다면 롯데는 도심 롯데 왕국을 꿈꾸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거대한 롯데타운을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수원역·인천터미널 등 기존 도심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올 상반기 1차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몰은 연면적 80만㎡의 초대형 단지로 기존 구역까지 포함하면 연면적 165만㎡ 규모다. 명품관, 영화관, 쇼핑몰, 공연장, 6성급 호텔은 물론 헬스케어센터, 아쿠아리움까지 설치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완공하면 명실공히 세계 5위 수준의 쇼핑몰이 된다"며 "해외 관광객도 연간 150만명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복합쇼핑몰 사업에서도 '럭셔리'라는 키워드를 놓지 않는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월 착공해 내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몰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의 강점을 앞세워 분당·용인 상권 내 최고 명품 백화점은 물론 다양한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식음료시설, 영화관, 문화센터를 들이는 한편 건물 상층부에는 4,300㎡ 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하루종일 머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물 1층에 대형광장을 조성해 지역 랜드마크 역할까지 하겠다는 포부다. 현대 관계자는 "신분당선과 2015년 개통 예정인 성남 여주선이 만나는 판교역과 바로 연결되는 최고의 핵심 상권"이라며 "향후 유통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입지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치바(일본)=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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