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 완화 축소 이슈와 신흥국 환율 폭락으로 어느 때보다 투자전략을 짜기 어려웠던 2013년 계사년이 지나고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올해는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테이퍼링(미 양적완화 축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다. 글로벌 경기회복 가시화로 국내외 주식시장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듯 했으나 테이퍼링 변수로 투자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올해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의 파도를 타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 PB들과 투자전략 전문가를 대상으로 올해 테이퍼링에 대비해 어떻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지 문의한 결과 주식(선진국+국내)에 대한 투자 비율을 40%~60% 수준까지 가져갈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 경기가 회복됐다는 신호이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사라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영미 미래에셋증권 명동지점 PB는 "미국이 유동성 축소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 증시는 올해에도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테이퍼링 이슈를 선반영해 온 국내 증시도 불확실성 해소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국내 증시에 투자 비율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도 "국내 주식시장은 실적대비 저평가돼 있고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와 유로화의 강세로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지만 세부 투자 내용은 달랐다. 조재영 팀장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자동차·화학·철강 등 경기민감주와 대형주를 주로 편입하는 성장주 펀드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선진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미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업종, 혹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 이어 국내 주식에 35%, 선진국 주식에 25%의 비율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포트폴리오솔루션팀 팀장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에 25%, 선진국에 30% 투자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국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가 예상되지만 이머징 시장을 겨냥한 틈새상품도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미 PB는 "테이퍼링으로 이머징 시장에 쏠렸던 유동성이 빠져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이머징 소비시장은 여전히 잠재 성장성이 큰 만큼 이머징 소비 성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컨슈머 펀드나 랩 상품 가입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채권 투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미국 테이퍼링에 따라 국내외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채권을 굳이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다면 금리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듀레이션이 짧은 회사채나 경기 회복기에 성과가 좋은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을 고려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조 팀장은 경기 회복시 수익률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단기하이일드채권형펀드'와 예금금리를 초과하며 안정적인 고정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영구채 등을 추천했다. 양 팀장은 "국내외 단기채권 위주로 접근하되 상반기에는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인버스 ETF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등 대체투자에 나설 때는 상품별로 가격 동향을 잘 살피면서 되도록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하라는 지적이다. 조재영 부장은 "금·은 등 금속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테이퍼링 이슈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은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펀드나 ETF보다는 금·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낙인배리어가 50% 수준으로 설정된 DLS나 원금이 보장되는 DLB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PB도 "투기 수요 유입으로 원자재 가격이 재반등할 조짐이 보이기 전까지는 녹인 배리어가 설정된 DLS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비율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테이퍼링으로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은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내 설정된 달러강세 관련 펀드와 ETF다. 우리자산운용의 'KOSEF 달러선물'ETF나 달러가치 상승률의 1.5배 수익을 추구하는 '우리달러1.5배레버리지'펀드를 이용하면 된다. 이영미 PB는 "글로벌 대표 IT나 소비재 기업은 달러가치가 상승할수록 수익성이 개선된다"며 "이들 종목을 담는 '글로벌 컨슈머 랩어카운트'도 달러 강세의 수혜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경식 팀장은 "환헤지와 환노출 선택이 가능한 펀드에 가입할 때는 환노출(UH)을 선택하는 게 이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위험·중수익 원하면 롱쇼트펀드 선택을
일선 증권사 PB들은 선진국과 국내 주식을 중심으로 올해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추천한 자산배분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간한 '2014년 유망 금융투자 상품 찾기'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 위험선호도에 따라 투자 중점 자산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투자 성향별로 중점 접근 자산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회복과 실적회복으로 성장형 펀드가 매력적이며 해외의 경우에는 유럽주식형 펀드, 미국 주식형 펀드, 일본 주식형 펀드, 중국 소비재 주식형 펀드를 추천했다.
중위험 중수익 추구 투자자는 절대수익 추구 상품인 롱쇼트펀드를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주가상승의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경우 롱쇼트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월지급식 인컴펀드나 중국 위안화 예금 관련 상품도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위안화 예금 상품은 중국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해 국내 시중금리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안정 지향형 투자자는 원금이 보장되는 미국 달러화·중국 위안화 연계 파생결합사채(DLB), 91 일물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연 4%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국내 은행 후순위채에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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