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CJ그룹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3일 CJ그룹은 삼성물산의 김 모 차장이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김씨를 서울 중부경찰서에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하고 삼성그룹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CJ그룹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미행 감시는 어떤 이유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CJ그룹은“삼성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자세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여러모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측은“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굳이 삼성그룹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모 차장의 소속사인 삼성물산측은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신라호텔 부지와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의 내부 개발 방안에 대해 경영진단팀이 검증하기 위해 현장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의 자택 바로 옆 부지는 신라호텔이 창고로 사용하고 있고 또 다른 부지 역시 이재현 회장 자택과 바로 붙어 있다.
재계는 이번 양 그룹 갈등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최근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모 차장이 이 회장을 미행했다면 이 회장이 부친이나 부친의 변호사들과 접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것.
양측 입장이 이처럼 엇갈리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두 그룹이 과거처럼 극적 화해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 돌이킬수 없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CJ그룹이 분리될 때부터 갈등이 불거졌던 두 그룹은 지난 1995년 CCTV 설치 사건,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갈등과 봉합 반복해왔던 만큼 불신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면충돌로 확산될 경우 자칫 재계 판도는 물론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맹희 씨의 상속 소송 결정에 따라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한솔, 새한, 신세계그룹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범 삼성계열 기업들도 삼성-CJ그룹간 이상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면서 “수천억원의 상속금액이 걸려있는 만큼 이들도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반재벌 분위기에 기름을 붓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재계 전반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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