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쪽에 덜 민감한 일반품목과 민감품폭 리스트를 교환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나머지 초민감품목을 맞교환하게 될 내년 협상 결과에 쏠리고 있다.
초민감품목이란 양국이 서로 교역 중인 품목 1만2,000여종 가운데 10%를 따로 분류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유예하는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절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농수산물을 초민감품목으로 선정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반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제조업을 초민감품목에 넣어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22일 브리핑에서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9차 협상이 정말 핫(hot)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양국 간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적 열세 농산물 시장…초민감품목 대거 포함시킬 듯=우리 정부는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9차 협상에서 초민감품목에 농수산물을 대거 포함시킬 계획이다. 양국의 농림어업 생산 규모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가 절대적인 약세인 만큼 가능한 많은 농수산물을 포함시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협상전략상 정부가 초민감품목 대상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학계에서는 쌀ㆍ무ㆍ배추ㆍ고추ㆍ대두 등 우리 농가의 주력생산품목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현재 중국의 쌀 생산량은 1억9,6000만톤, 소맥은 1억1,500만톤으로 생산량 대비 세계 1위다. 이외에도 옥수수(1억7,700톤)는 세계 2위, 대두(1,500만톤)는 세계 4위다. 농업생산 규모를 봐도 중국은 1,190조원으로 43조5,000억원인 우리나라보다 27배 크다.
우리 정부가 초민감품목을 통해 농수산물을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 실장은 "초민감품목에 상당수의 농산물을 넣어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은 유효하다"면서 "향후 협상에서도 최대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상당수 농산물을 초민감품목에 넣는 데 성공하더라도 김치와 같은 가공식품을 놓칠 경우 농가의 2차, 3차 피해도 우려된다.
◇내년 1월부터 한중 양국 간 진검승부 예상=이에 따라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9차 협상부터는 양국의 '밀고 당기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상에서 오퍼(offer)를 낸 것이라면 9차 협상에는 리퀘스트(request) 품목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측에서 A품목은 개방해도 좋다고 제출했지만 중국 측에서는 A보다는 B품목을 양허안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요구도 성립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주도의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가 핵심 통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산업부는 우선 한중 FTA 협상 타결에 최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 실장은 "우선순위(priority)는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한중 FTA에 두고 있다"면서 "TPP도 중요하고, 우리나라가 통상국가라서 언젠가는 참여해야겠지만 협상 단계에서 들어갈지, 완성이 되고 나서 가입할지는 신중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한미 FTA 고위급협의에서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와도 TPP 문제를 논의했지만 동향을 파악한 것일 뿐 미국 측의 직접적인 가입 요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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