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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주로 예상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혹은 재협상)가 당초 예상보다 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측이 신 통상정책의 뼈대를 이루는 노동ㆍ환경 외에 농업ㆍ자동차 등에서도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미 FTA 협정문을 토대로 (미측의)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하는 노동ㆍ농업ㆍ자동차 관련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도 협정문 공개 이후 잠잠했던 반대 여론이 다시 일고 있는 상태. 만약 미측의 추가 협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리도 미국에 새로운 것을 더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협정문 공개 이후 압박 높이는 미국=미국 내 주요 산업별 27개 자문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관세ㆍ비관세 철폐에 따른 교역확대 등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합의내용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내용수정 및 의회의 비준거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노동 분야다. 노동자문위원회(LAC)는 한미 FTA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노동조항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의회가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LAC는 “한미 FTA는 미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미국 내 일자리를 뺏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NAFTA 체결 이후 가장 문제가 많은 무역협정”이라고 성토했다. 북한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을 주장하고 있는 우리 측 입장에서는 LAC의 이 같은 주장은 한국산 인정을 거부하고 있는 미 USTR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업무역정책자문위원회(APAC)는 관세제거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내심 기대하면서도 한국의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APAC는 한국이 쇠고기 수입절차에 있어 국제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상호 동등하게 현지가공 공장을 조사하고 미 농무부 검증프로그램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PAC는 민감 품목인 쌀이 이번 협정에서 빠진 것에 대해 큰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향후 다른 농산물 협정에서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했다. 산업무역자문위원회는 자동차 분야 한미 FTA와 관련해 FTA가 양국 자동차산업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양국간 무역불균형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GM대우를 통해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GM보다는 한국에서의 생산과 판매기반이 취약한 포드가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포드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시장개방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용한다면 우리도 주장할 것=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측의 추가협의를 수용할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며 우리도 미측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정문 공개 이후 다시 일고 있는 반대 여론을 잠재우는 등 여러 면에서 미측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들어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협정문 공개 이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조세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 투자자와 국가 소송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적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호한 표현으로 벌써부터 양국의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도 나오고 있다. USTR은 협정문 공개 이후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정부가 방카슈라스 개혁, 네거티브 규제 등과 같은 개혁을 약속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실제 2단계 방카슈랑스의 경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문홍성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이와 관련, 미 행정부가 대내 설득용으로 약속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재권 분야에서는 양국이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다는 부속서한을 채택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지재권 보호 노력이나 위반 정도 등 구체적인 집행기준은 제시돼있지 않는 상태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가 미측의 추가 협의를 수용할 경우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그 분야가 노동ㆍ환경뿐만 아니라 그외 항목으로까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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