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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가 밝았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길지만 ‘새해’라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품기에 충분하다. 특히 프로 골프계는 국내외에서 반가운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PGA와 LPGA무대에 진출한 막강 코리안 군단은 지난 98년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불황기에 맨발 투혼으로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박세리처럼 시름에 젖은 대한민국에 힘을 줄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침체된 회원권 및 용품 시장의 전망은 불투명하고, 지난해 정부의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 방침 발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우후죽순처럼 내 놓은 골프장 건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하기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희망과 불확실성이 얽혀 있는 ‘2005 GOLF’를 짚어 본다. 2=한국 골프 ‘2의 도약’. 국내 남자 프로골프협회(KPGA)는 지난해 SBS와 손잡고 ‘SBS 코리안 투어’를 창설, 올해부터 시행한다. SBS가 앞으로 5년 동안 총 150억원을 지원, 기존 7~8개 대회 외에 10여개 대회를 신설하면서 최대 20개까지 대회를 진행해 명실상부한 투어 시대를 여는 것이다. 협회 측은 또 투어 시행과 함께 국내 투어 성적을 발판으로 일본이나 유럽, 미국 투어 진출 길을 열 예정이다. 해외 투어와 협의해 상금랭킹 상위권자, 혹은 특정 대회 상위권 입상자들에게 외국 대회 출전 권을 주도록 하는 것. 여자프로골프협회 역시 유럽 투어와 개막전을 공동 주관하는 등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0=우승후보 ‘0순위’. 올해 미국LPGA투어는 매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한국 선수들이 꼽힐 전망이다. 이미 아니카 소렌스탐의 독주를 막을 선수들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먼저 거론돼 왔지만 올해는 특히 풀 시드권자만 무려 26명에 달하는 대 군단을 형성한 만큼 그 세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가 국내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기력을 찾았고 박지은은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에 고무돼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지난 2003년 국내 무대 4관 왕을 휩쓸었던 김주미도 신인왕 획득을 위해 샷 연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 군단을 형성한 것은 여자 선수들 사이의 미묘한 경쟁심리를 부추겨 전반적인 기량 향상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된다. 0=회원권 시장 ‘시계 0’. 지난해 상반기동안 고공 점프하듯 뛰어 올랐다가 하반기 완전히 고꾸라졌던 골프장 회원권은 올해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형성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다. 정부의 골프장 규제 완화 방침과 지자체의 퍼블릭 코스 증설 발표에 따라 회원권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명문 고가 회원권 불패론도 세를 넓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예년처럼 시즌에 따른 예측은 전혀 할 수 없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원권 전문가들의 말이다. 5=‘5타’만 줄이자. 아마추어 골퍼들의 소망은 예나 지금이나 ‘골프 잘 치기’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골프 잘 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거리에 집착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정확 도를 높여 타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5타를 줄이려면 드라이버 샷을 10야드 더 늘리는 것보다 3퍼트를 없애는 것이 더 빠르다. 인터넷 골프 사이트나 골프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힘보다 머리를 써서 5타를 줄이는 ‘현명한’골퍼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G=‘골프(Golf)전문채널’ 2개로 오는 7일 중앙방송의 J골프가 개국하면서 국내 골프 채널이 기존 SBS 골프채널을 포함해 2개로 늘어난다. 골프 방송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계 각 대회 중계와 레슨 및 정보 프로그램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프 팬들이 안방에서 지구촌 곳곳의 골프 소식을 접하며 기량 향상도 꾀할 수 있다는 것. 두 채널의 경쟁 덕에 질 좋은 프로그램이 늘고 골프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 O=‘동양(Orient)’이 중심무대로.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아시아로 골프계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유명 글로벌 기업이 중국 진출을 위해 골프 대회 유치를 다투어 추진하면서 더불어 아시아 골프계 전체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40명의 풀 시드권자를 뽑는 2005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무려 575명이 응시, 신기록을 내면서 이미 그 전조가 나타난 바 있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유명 골퍼들이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대회에 자주 출전할 전망이다. 우즈는 올해 11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신설 대회에 출전키로 지난해 계약을 했으며 또 일본 피닉스오픈에 타이틀 방어를 위해 참가할 예정이다. L=‘레저(Leisure)’로 자리잡는 골프. 주 5일 시대 정착과 골프인구 증가, 지자체의 퍼블릭 코스 건설 등이 맞물려 사치성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골프는 이제 레저 스포츠 중 하나로 인정 받을 전망이다. 특히 신세대 젊은 골퍼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즐기는 운동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명문 고급을 추구하는 골프장들은 여전히 존재하면서 골프장 및 골퍼도 차별화 될 것으로 보인다. F=‘파이팅(Fighting)’ 한국 골프. 2005년은 골프계 경쟁력 강화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닥까지 내 몰렸던 용품업계나 지난해 여름철 한때지만 입장 객 부족으로 수입이 크게 줄기도 했던 골프장들이 서비스 개선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라는 말만 붙이면 그냥 둬도 잘 팔리고 수입 늘어나던’ 시대는 갔다. 2005년부터는 골프계도 경쟁력을 키워 ‘파이팅’해야 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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