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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복지지출 확대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할 것을 제안합니다."
호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주최한 '한국의 사회정책 과제' 컨퍼런스에서 새 정부가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다른 분야에서 공공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결국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직접세보다는 시장왜곡이 적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세수 확보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부가세율은 10%로 OECD 평균인 18%보다 훨씬 낮아 올릴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부가세 인상으로 거둔 세금을 저소득층에 쓰면 부가세율 인상의 역진성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제언' 보고서도 처음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OECD 측이 지난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2년간의 작업 끝에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성장이 최우선이며 사회복지 지출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견실한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제고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고 규제개혁으로 재화와 서비스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6%인 공공 부문 사회복지 지출을 OECD 평균인 22%까지 늘려 사회복지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 밖의 과제로 ▲비정규직근로자 비율 축소 ▲고생산성 일자리로의 청년층ㆍ고령층 접근성 확대 ▲교육제도 개혁 ▲1차 의료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한국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으로는 ▲저출산ㆍ고령화사회 ▲장시간 근로 ▲남녀 임금격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장애 등이 꼽혔다. 또 한국만의 특수요인으로는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조세ㆍ공적이전제도의 낮은 재분배 효과 ▲OECD 최저 수준의 공공 분야 사회복지 지출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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