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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희망이자 전 세계적으로 20억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앵그리버드'가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에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애니팡, 쿠키런 등 국내 인기 모바일 게임 역시 시장 흐름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앵그리버드 개발사인 '로비오'는 이날 일본 지사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7일 자사 인력 11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고, 또 핀란드 탐페레(Tampere)에 있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폐쇄도 예고했다.
로비오의 이 같은 선택은 지속적 이익 감소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 해 연간 순이익은 2,690만유로(약 370억원). 2012년에는 5,550만유로(약763억원) 가량 순이익을 올렸으니 한 해 만에 이익이 100% 가량 줄었다. 앵그리버드는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경제의 희망으로 떠올랐으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앵그리버드 추락에 대해 하루에도 수 백 개의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경쟁 상황에서 단일 콘텐츠만 내세우다 시장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로비오는 차별화 된 게임을 개발 했지만 그 '다음'으로 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주기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20여 년 가까이 인기를 끄는 '리니지' 같은 온라인게임 산업과 비교하면 주기는 여전히 짧다"며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는 늘 '다음'을 준비하는 라인 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로비오는 '앵그리버드'의 IP를 활용해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앵그리버드 스타워즈, 앵그리버드 에픽, 배드 피그즈 등 같은 시리즈를 출시했다. 끊임 없이 변신해야 하는데 '앵그리버드'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것.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도 "소수의 콘텐츠로도 장기간 이익을 낼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산업과 달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다양한 종류의 '라인업'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2년 동안 로비오가 몰락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지속 됐는 데도 과거의 인기에 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앵그리버드 신화 추락이 우리 모바일 게임 업계에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가 로비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는 업체. '앵그리버드 시리즈' 전략과 비슷하게 애니팡, 애니팡2, 애니팡 사천성 등의 동일한 IP로 시리즈를 냈다. 선데이토즈도 로비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모바일게임사 대표는 "모바일게임 산업은 한마디로 변화가 심한 시장"이라며 "성공했다고 해서 안주하지 않고, 틀을 깨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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