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지난 1일 높은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이유로 성우테크론을 투자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반도체 리드 프레임 업계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 등은 낮아 투자 이점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날 현대증권의 추천 의견에 힘입어 성우테크론은 매수세가 집중되며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거래량은 42만주를 웃돌아 1만7,000주에 그쳤던 전날에 비해 20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성우테크론을 정작 추천한 현대증권 창구에서는 이날 25만주가 넘는 매도 주문이 나왔다. 급등세를 틈타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것이다. 코스닥 시장이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보고서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처럼 실제 매매현장에서는 증권사 전망 내용과 투자 행보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뿐 아니라 국내 증시 영향력이 막강한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맥쿼리증권은 기륭전자에 대해 디지털방송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외형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주가 1만1,000원에 매수 의견인 ‘시장수익률 상회’진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맥쿼리증권 창구로는 이날 이후 이달 1일까지 27만주 가량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이 기간 동안 누적 순매도 규모로는 현대증권에 이어 2위며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는 가장 큰 덩치다.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업 전망과 주가 가치를 꼼꼼히 챙겨 투자하기 때문에 증권사 보고서와 다른 매매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증권사의 투자 분석 보고서 공개 시점과 해당 고객들의 매매 패턴이 크게 차이를 보이면 투자자의 의구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보력이 취약한 단기 개인 투자자의 경우 보고서 외에도 시장의 흐름과 각 투자 주체의 매매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