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이 주주인 정유사를 만들어 리터당 200원 싼 기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국민석유주식회사(이하 국민석유)의 사업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싱가포르투자회사로부터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이 주주가 되기를 꺼린 것으로 사업 진행 여부를 떠나 명분에 큰 타격을 입은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국민석유의 공모 결과 총 4,732명이 청약에 참여했다. 청약 금액은 66억9,600만원으로 공모에 참여한 국민 1인당 14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석유가 이번 공모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당 액면가 5,000원에 신주 2,000만주를 발행해 1,000억원을 조달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모액은 목표액의 6.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공모금액이 150억원에 미달하면 전액 환불조치하기로 약정한 데 따라 22일 전액 환불될 예정으로 공모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국민석유가 지난 1년간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인터넷 약정에서 투자의향이 있다고 집계된 자금은 1,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국민석유의 공모가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투자 여부 결정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는 투자설명서만 놓고 보면 위험성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외부평가법인이 미래의 수익창출능력을 기초로 주식가치를 평가한 결과 1주당 자기자본가치는 -3만5,532원으로 산출됐다. 액면가는커녕 휴지조각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일반공모자금의 관리를 위해 계좌관리계약이 체결됐으나 내부통제제도가 불충분해 횡령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투자위험요소로 기재돼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설명서만 놓고 보면 사업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해 성공 가능 여부를 짐작할 단계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민이 주주인 회사를 만들어 싼 값에 기름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기는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석유 측은 이번 공모 실패를 정유사와 증권사ㆍ은행의 방해 때문으로 돌렸다.
이태복 국민석유 대표는 19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석유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정유사를 비롯해 증권사와 은행, 일부 언론의 청약공모 방해에도 국민들의 신뢰와 용기를 믿고 국민주 방식의 청약에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며 "그러나 청약 마지막 주에 접어들어 집중적으로 고액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유도하는 움직임에 약 100억원 이상이 청약 포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모 실패로 국민석유의 향후 사업 진행도 불투명해졌다. 국민석유는 지난달 2일 바레인 리야다그룹, 터키 로칸그룹과 유류 장기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싱가포르투자회사로부터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 자금조달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앞으로 국민석유가 어떤 길을 갈지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22일 청약증거금 환불을 포함해 앞으로의 사업 진행 방향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밝힐 예정으로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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