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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식물금리'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면서 결국 수술대에 올랐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신해 나온 코픽스(COFIX)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단기 신용 대출금리 등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단기코픽스 금리가 이상 급락 현상을 보이면서 시중금리를 극심하게 왜곡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개의 은행이 1조원 규모의 거액 예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평소 낙폭의 2배인 12bp(1bp=0.01%)나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대출 금리의 지표로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단기코픽스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고시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도입된 만큼 확실한 대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예금 규모로 흔들릴 수 있는 금리라면 산출 방식에 대한 변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은행연합회가 고시한 단기코픽스 금리는 2.4%로 지난주(2.52%) 대비 12bp나 수직 하락했다. 이는 전국은행연합회가 단기코픽스 금리를 고시한 지난 2012년 12월20일 이래 최저치다.
단기코픽스 금리는 공시일이 속한 주의 직전 1주간 신규 조달한 3개월 만기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에서 산출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개월, 3개월 등 단기 신용대출의 지표로 쓰이는데 활용도가 은행채나 CD금리 등에 비해 높지는 않다.
단기코픽스 금리 산출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외환은행·농협은행·기업은행·SC은행·씨티은행 등 9개 은행이 정보 제공 은행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단기코픽스 금리 급락은 한 개의 은행이 낮은 금리로 기관의 거액예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 예금은 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저금리로 기관의 거액 예금을 받아오면서 출렁였다"면서 "단기코픽스 금리가 3개월짜리 예금인데다 월간 코픽스보다 규모가 적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으며 추세상 변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예금 규모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은 은행의 경우는 금리 산출시 빼는 방안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인위적 조작이 이뤄졌을 경우 단기코픽스의 공신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어찌됐든 이런 일이 또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선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자금조달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CD금리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특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예금 규모가 이상할 때는 금리 산출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밀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자칫 시중금리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CD금리 논란 당시에도 그랬지만 코픽스 역시 워낙 많은 사람들의 대출 금리에 연동돼 있어 조금이라도 불신감이 생길 경우 금리체계 자체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차제에 시중금리와 대출 금리 전반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은행연합회도 금융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번 사태가 과연 일시적 문제에 불과한지, 중장기적인 시스템 수술이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종합 대책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 단기코픽스
양도성예금증서(CD)를 대체해서 단기대출 지표금리로 쓰기 위해 만든 금리다. 시중은행 만기 3개월짜리 단기 조달 상품들의 최근 1주간 신규취급액에 대해 가중 평균한 지수다. 기존 코픽스와 달리 계약만기 3개월물인 단기자금만을 대상으로 한다. 단기코픽스는 매주 수요일 오후3시 이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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