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대출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대체할 지표금리인 단기코픽스의 도입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철저한 사전검증 작업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CD금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기코픽스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이달 공시 예정이었던 단기코픽스가 첫 공시일도 정하지 못한 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당국은 당초 지난 7일 단기코픽스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9월 코픽스 입력오류 사태가 터지면서 다음달 초로 미뤘다.
그런데 약속했던 날짜가 다가오자 또다시 도입을 미룰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의 한 당국자는 "시간에 쫓겨 공시를 서두르는 것보다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연내 도입을 목표로 시뮬레이션 반복 등 사전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관련시스템 개발이 끝난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작업을 굳이 한 달 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오히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단기코픽스 산정대상 품목들의 금리가 추가로 떨어지기를 바라고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개월물 정기예금·회전식예금·CD·환매조건부채권매도·표지어음 등 구성품목들의 조달금리가 떨어지면 이를 가중평균한 값인 단기코픽스도 떨어진다.
당국은 단기대출 시장에서 단기코픽스를 CD금리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단기코픽스와 경쟁해야 할 CD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91일물 CD금리는 2.85%로 2010년 10월 2.77%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단기코픽스가 CD금리보다 10bp(0.10%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D금리가 하락하는 만큼 단기코픽스 구성품목의 금리도 떨어지겠지만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단기코픽스 구성품목의 금리는 CD금리보다 약간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3개월물 정기예금·회전식 예금 중 3%를 넘는 상품이 여전히 존재하고 환매조건부채권매도(3~6개월물)와 표지어음(3~4개월물)도 9월 기준 각각 3.24%, 3.03%를 기록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등 금리 하락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융 당국으로서는 단기코픽스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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