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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에 대형마트가 속속 진출을 선언하면서 롯데마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세종시 출점을 놓고 저울질만 하다 자칫 세종시 상권을 경쟁사에 고스란히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달 말 세종시 대평동(3-1 생활권)의 대형유통시설 용지를 374억원에 낙찰받아 세종시 출점을 위한 준비를 첫 삽을 떴다. 코스트코는 기존 신세계(004170) 부지를 임대해 운영하던 대전점을 새로 문을 여는 세종시로 2015년 말 이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 세종점이 문을 열면 세종시 대형마트는 내년까지 4곳으로 늘어난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세종시 진출에 나선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개점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이마트(139480)가 이르면 12월에 점포를 열고 농협 하나로마트도 내년 7월 개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이면 롯데마트를 제외한 대형마트가 모조리 세종시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경쟁사가 줄줄이 세종시 공략에 나서면서 롯데마트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이라도 세종시에 신규 점포를 열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세종시 진출을 놓고 장고만 거듭하고 있다. 아직 세종시 상권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았고 유동인구도 신규 출점에 나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에 이미 4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게 롯데마트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세종시 노른자위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출점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후보지로는 아직 용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고운동(1-1 생활권) 부지와 나성동(2-4 생활권) 부지가 꼽힌다. 고운동은 대전과 조치원의 길목에 있는 교통 요충지이고 나성동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아웃렛 등이 함께 입점하는 복합쇼핑몰로 개발될 계획이다. 고운동에 단독 점포로 들어서면 앞서 진출한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고 나성동에 롯데백화점과 함께 입점하면 단번에 세종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
세종시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만4,696명이다. 2012년 7월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할 당시 10만3,000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3만명 이상이 늘었다. 올 12월 국세청, 법제처, 소방방재청,우정사업본부 등 6개 정부부처와 13개 국책연구기관이 3단계 이전을 완료하면 연말까지 15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세종시청에 따르면 세종시 전체 인구는 오는 2020년까지 30만명을 기록하고 2030년에는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대형마트 1개점이 인구 20만명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종시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권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세종시에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출점 계획은 없다"며 "향후 상권과 유동인구의 추이를 지켜본 뒤 진출을 검토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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