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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서성환 태평양회장은 누구
입력2003-01-09 00:00:00
수정
2003.01.09 00:00:00
정영현 기자
고(故) 장원(粧源) 서성환(徐成煥) 태평양 회장의 인생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역사와 함께 한다.
서 회장은 1923년 7월14일 황해도 평산군 적암면에서 태어나 22세 때인 45년에 국내 첫 화장품 업체인 태평양의 간판을 내걸고 오늘 날까지 국내 화장품업계를 이끌어 왔다.
서 회장은 아름다움과 건강을 위한 사업을 천직으로 삼아 지난 60년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경영인으로 화장품이 문화상품으로 인식되도록 했으며 특히 여성 전문인력 육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늘리는데 앞장서 왔다.
화장품 뿐만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차(茶)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차 문화를 체계적으로 복원했고 차의 대중화를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해 왔다.
고인은 “소비자를 속이지 말고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도록 하라”라고 후배 경영인들에게 항상 말하며 소비자에게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경영을 강조했다.
50년대 제조ㆍ생산만 하기에도 벅찬 현실 속에서 서 회장은 품질향상과 최고 제품을 만들어야 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국내 최초로 제품 연구실(54년)을 개설했다. 열악한 기업 경영환경에서도 화장품원료 국산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을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원료인 인삼에서 사포닌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 원료에 최초로 사용했으며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로 화장품을 키워냈다.
지난 64년 고인이 도입했던 화장품 방문판매제도는 화장품 유통사에서 큰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공헌을 한 여성인력활용제도로 평가 받고 있다. 방문판매는 전쟁 후 가정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미망인, 주부들에게 직업을 주었으며 여성들의 사회참여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서 회장의 경영관이 있었기에 태평양은 1970년대 7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업계 1위를 굳건히 지켜왔고 오늘날까지도 화장품업계 1인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가 되기 위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차(茶) 사업은 서 회장의 또 다른 일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서 회장은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는 뚜렷이 내세울게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하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우리만의 전통 차문화를 정립하겠다는 굳은 사명감으로 차(茶) 사업을 시작했다.
70년대 중반 서 회장이 차 사업을 시작할 당시 녹차를 마시는 인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나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인 투자로 우리 고유의 전통차인 녹차의 품질을 높였고, 녹차를 대중의 생활차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서 회장은 생전에 대한화장품공업협회장,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대한농구협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활발한 대외 활동도 벌였다. 또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철탑산업훈장(71), 은탑산업훈장(74), 새마을훈장 노력장(84), 한국의 경영자상(84), 덴마크교역유공훈장(84), 체육훈장 맹호장(84), 국민훈장 동백장(84), 국민훈장 모란장(90) 등을 수상했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오직 한길을 걸어온 서성환 회장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기업가였던 동시에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화장문화를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우리의 전통 차문화를 정착시켜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인 문화인이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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