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노무현 12년만에 회동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30일 오전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상도동 자택으로 당선인사차 예방,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김 전 대통령과 노 후보의 회동은 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두 사람이 다른 길을 간 이후 12년만의 일인데다 노 후보가 과거 민주세력의 복원을 통한 '신민주대연합'정계개편을 공언한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정가의 관심이 쏠렸다.

노 후보는 부산지역 후원회장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유종필 공보특보와 함께 오전 9시50분께 상도동 자택에 도착해 약 30분간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담한 뒤 단독회동을 가졌다.

YS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극진히 예의를 갖춘 노 후보는 사진기자의 포즈 요청에 "절하는 것을 찍어야겠지요"라며 3번이나 목례를 했다.

YS는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까지 보통 험한 길이 아닌데 그것을 해냈으니 얼마나 장하냐"며 덕담을 한 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노 후보는 13년전에 YS로부터 선물받은 손목시계를 꺼내보이며 "내가 민주당 만들고 (YS를) 비난하고 다닐 때는 (시계를) 풀어서 장롱안에 넣어뒀다"며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 생각만 맞는 것 같지도 않고...그래서 총재님 생각날 때는 꼭 차고 다녔다"고 시계를 빗대어 과거지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지방선거 얘기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말씀 안드리려고 한다"며 "일단 웃어른을 찾아 뵙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단독회동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정계개편이든 뭐든 YS가 하자는대로 할 것"이라며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명분이 있는 얘기 아니냐"며 "구체적인 것은 노 후보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정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