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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창업이 활성화돼야 하는 것 못지않게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로 급증하는 시니어창업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다수의 퇴직자들이 별다른 기술 없이 생업전선에 내몰리는 탓에 경쟁이 치열한 소매 분야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얼마 못 가 폐업하고 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자영업 종사자는 662만9,000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229만명 더 많다.
이는 시니어 창업이 급증하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17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40대 자영업자가 5만9,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50세 이상 대다수는 숙박 및 음식업과 도·소매업 등 전통 자영업에 뛰어들어 이 분야 자영업자 비중이 1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창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생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시니어층 대다수가 뛰어드는 음식점의 경우 인구 1,000명당 개수가 12.2개로 미국(1.8개)과 일본(5.7개) 대비 최대 10배나 된다. 심각한 '레드오션'이라는 얘기다.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창업 3년 후 100개 업체 가운데 살아남는 곳은 53개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50대 은퇴자들이 사회에서 쌓은 경험과는 무관하게 비전문적인 단순 서비스업 창업에만 집중하는 현실은 제조업 육성 등을 통해 산업군의 허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의 지원정책은 '소상인'에게만 집중돼 있었다"며 "제조업체에서 기술을 갖고 퇴직한 소규모 공장 창업자들을 위해서도 기존 서비스업종 자영업자에 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시니어창업 육성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세종 위원은 "올해 창업 전체 예산 규모가 1조7,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시니어 창업만을 위한 예산은 200억원에 그친다"며 이들의 '준비된' 창업을 이끌기 위해 고용보험 등을 통한 장기교육과 컨설팅 등 분야의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때문에 퇴직자들이 다방면으로 창업할 수 있는 지원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자들이 업무를 통해 습득한 능력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창업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기술은 있지만 경영관리 능력은 취약한 청년창업가를 보완해주는 차원에서 젊은 벤처기업가와 공동창업에 나서는 것도 좋은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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