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상장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얼어붙었던 스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2009년 처음 도입된 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해 일부 증권사가 내놓은 스팩이 잇따라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KB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 등이 연이어 스팩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KB투자증권은 17~18일 KB제2호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KB2호스팩)의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주당 2,000원씩 총 740만주가 공모돼 모집 총액은 148억원이다. KB2호스팩은 상장 이후 미래 성장동력을 갖춘 우량 비상장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발굴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오는 24~25일 총 100억원 규모로 '유진기업인수목적1호'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청약을 마치면 다음달 8일 상장될 예정이다. KB2호스팩과 마찬가지로 성장잠재력이 큰 신성장동력산업군에 속한 비상장기업이 합병 대상이다. 하나대투증권도 6월 말을 목표로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스팩 상장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스팩은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합병 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공개가 힘들 때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호 스팩이 나온 후 증권사들의 과당경쟁과 M&A시장의 침체가 겹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가 내놓은 스팩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스팩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첫번째 스팩인 KB1호스팩은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인 알서포트를 지난해 9월에 합병,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지난해 9월 말 2,880원이었던 알서포트의 주가는 5,210원으로 80% 이상 올랐고 지난해 11월 하나대투증권의 하나그린스팩과 합병해 상장된 모바일게임업체 선데이토즈의 주가도 300% 상승했다.
최근 금융 당국이 스팩의 설립 최소자본금을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스팩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우량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류상의 회사다.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합병 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공개가 어려운 때도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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