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초저금리 상태가 이어지면서 과잉 유동성으로 자금흐름이 왜곡되고 이것이 다시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이른바 '초저금리의 폐해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이 같은 우려에 그동안 금리인상을 꺼리던 한국은행도 서서히 폐해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초저금리가 잉태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금리인상 논란이 갈수록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의 단기자금(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755조원에 달했다. 단기수신은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과 회전식 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양도성 정기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채권형 펀드 등을 포괄한다. 특히 시중의 적정 유동성을 나타내는 '머니갭률'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머니갭률은 지난해 말 현재 4.3%로 지난 2008년 1월의 2.1%에 비해 두 배에 달했다. 머니갭률은 장기 균형통화량과 실질 통화량 간의 격차로 표시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중에 필요한 이른바 '적정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시중 유동성이 이처럼 과잉상태로 치닫는 상황에서 저금리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자금흐름이 특정 부문으로 집중될 경우 금융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회사 및 법인의 여유자금이 수익률을 좆아 은행 회전식 정기예금, 자산운용사 MMF, 증권사 CMA 등 단기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을 나타내면서 빈번한 유출입을 보이고 이에 따라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이 같은 입장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