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제품과 유럽 명품 시계의 협공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국산 시계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협동화 공장이 추진된다.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은 시계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국내 각지와 중국에 흩어진 부품업체들을 모아 중소 업체들이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협동화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8일 김대붕 시계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현재 케이스, 밴드 등 부품을 월 20만개 생산하는 규모의 공장 설립계획이 잠정 결정된 상태"라며 "부품과 제품 수송 등을 고려해 충청도 지역에서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입주희망 업체와 시설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생산량을 고려하면 사업 예산은 약 1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은 이 비용을 참여 업체들의 출자와 정부 보조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10월까지는 사업계획과 당위성을 담은 30억원 규모의 지원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계조합이 협동화 공장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6년 체결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었다. 이를 계기로 스위스산 시계에 부과되던 8%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잠식됐다. 스위스산 수입액은 2007년의 약 1억 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4,000만 달러로 122% 급증했다. 윤용선 란쯔 대표는 이와 관련"브랜드에 좌우되는 고가의 예물시계는 물론이고 가격이 중요한 100만원 이하의 중간 가격 제품에서도 아르마니, DKNY 등 해외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며 "광범위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중·저가 제품에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시계 제조업체는 물론 부품 업체간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협동화 공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부품, 자재를 대량으로 조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시현,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며 지출했던 인건비와 물류비를 절감해 15% 가량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 디자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협동화 공장은 필요하다. 박시홍 몽트르코리아 대표는 "현재는 프리랜서 시계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있지만 이들은 보통 3~4개 영세업체의 디자인을 동시에 맡고 있어 창조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받기 어렵다"며 "시계 디자너들은 시계 구동방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고급 인력인 만큼 협동화 공장에 디자인 센터를 갖춰 안정적으로 연구 개발에 전념하도록 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협동화 공장 계획이 급물살을 타면서 참여를 검토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시계문자판 제조업체 성우정밀은 협동화 공장이 설립될 경우 현재 서울 성동구에 있는 공장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장인천 대표는 "문자판은 다른 시계 부품들로 신속하게 조립해야 되는데 지금 처럼 중국은 물론 전국 각지에 흩어진 상태로는 물류비용 지출이 클 뿐 아니라 납기를 지키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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