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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가 첫 선을 보이던 지난해 12월 13일 종로 서울극장 기자시사회장. 이 날 무대인사에 참석한 주연 장생역의 감우성은 “‘왕의 남자’의 유일한 경쟁자는 원작 연극 ‘이’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우성의 이 날 호언장담은 두 달 만에 현실로 이뤄졌다. 영화 ‘왕의 남자’가 1,000만관객을 돌파하게 됐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국내 영화 역사상 세 번째로 달성하는 충무로 ‘꿈의 기록’이다. 9일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따르면, 8일까지 ‘왕의 남자’는 전국 971만 5,000명(서울 287만 3,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전국 352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인 ‘왕의 남자’는 평일에도 평균 관객 8~9만명 가량을 모으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11일이 1,000만 관객 돌파 D-데이다. ◇‘태극기…’ ‘실미도’와는 다르다=충무로 역사상 세번째 ‘1,000만 영화’가 될 ‘왕의 남자’가 애초 이만한 흥행성적을 거두리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와는 시작부터 다른 영화였다. 2003년 12월 개봉한 ‘실미도’는 개봉 전부터 “‘친구’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하며 물량 마케팅을 펼쳤다. 묻혀져 있던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미묘하게 건드렸고, 개봉 이후 줄곧 관련 단체나 유족들의 거센 논란을 부추겼다.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1,000만 관객이란 확실한 타겟을 노린 영화였다. 당시로선 신생배급사였던 쇼박스가 한 단계 발돋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며 제작비 140억원을 들였다. 최고 스타 장동건과 ‘쉬리’로 흥행력이 검증된 강제규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왕의 남자’는 말 그대로 ‘미미한 시작’이었다.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강제규와 강우석 만큼의 ‘이름값’은 분명 없었다.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등 어느 누구도 장동건, 설경구 만큼의 스타 파워를 갖고 있지 못했다. 충무로 흥행작들이 면면히 계승해 온 남북분단이라는 블록버스터 소재도 아니었다. 제작비는 50억원도 채 안 들인, 충무로 시쳇말로 ‘장사 안 되는’ 역사극이었다. 결국 흥행 원동력은 ‘탄탄한 작품성’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명제에 있다. ‘왕의 남자’를 몇 번씩 보고 또 본다는 이른바 ‘왕남폐인’의 등장은 그 정점이다. ‘왕남폐인’을 뒤집어 보면, 이 영화를 본 절대 관객 자체는 ‘태극기…’나 ‘실미도’에 뒤진다는 뜻이다. 모든 국민들이 봐야만 하는 ‘선동적 의무감’은 형성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점에서 콘텐츠 자체에 열광하는 이들의 출연은 ‘뭔가 곱씹을 게 있는 작품’으로 규정지게 했다. ◇최고기록 경신할까=흥행으로서 이 영화의 남은 목표는 이제 ‘실미도’(1,108만명)와 ‘태극기…’(1,174만명)를 넘어서는 것. 9일 기준으로 200만 관객을 더 모아야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다. 1,174만 관객을 넘어설 길은 아직 험난하다. 당장 다음주에 전국 80여개 스크린이 ‘왕의 남자’ 상영을 접을 계획이다. 최소한 지금의 열기가 한 달 정도는 지속돼야 가능한 수치다. ‘왕남폐인’이 수십번씩 보며 달성한 1,000만인 만큼,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게 기록 달성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관심사는 해외에서의 성공 여부. 배용준의 ‘외출’, 장동건의 ‘태풍’처럼 뚜렷한 한류 스타가 출연하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 영화의 해외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의 흥행여부를 점치기 어렵게 한다. 사극 장르의 최대 관건인 스펙터클이 해외 시장 경쟁에서 할리우드 작품에 확연히 물량 차원에서 뒤진다는 면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서 국내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모아지기 충분하다. 드라마 ‘대장금’의 성공 사례으로 국내 사극 장르에 대한 아시아권의 관심도 예전과는 다르다. ‘왕의 남자’ 기록행진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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