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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쇼크 (15회)] 실버세대에 '마케팅 눈높이' 맞춰라
입력2002-09-15 00:00:00
수정
2002.09.15 00:00:00
"젊은이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인구집단'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그가 말한 인구집단이란 '55+'로 불리는 55세이상의 노인들이다. 드러커의 말은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노인들은 경제활동이 왕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젊은이들보다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버 파워는 태풍의 눈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조용히, 그리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메가트렌드(megatrend)로 자리잡고 있다.
■ 부상하는 실버파워
유엔의 인구추정에 따르면 선진국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현재 전체 인구의 20%선이나 2050년에는 33% 이상으로 늘어난다. 노인들이 많아지면 그들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의 합계도 커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50세 이상의 인구가 국가 전체의 가처분소득(쓸 수 있는 돈)의 75%, 개인 금융자산의 77%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은 더 이상 주변세력이 아니다. 시장의 핵심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미래의 주역인 것이다.
■ 노인이 시장을 움직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이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은 오는 2026년경 65세 이상 노인이 1,011만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 실버산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노인들은 이 시장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주도세력이다.
이 같은 인구통계적 변화로 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은 자연스럽게 노인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고령화의 진전은 미래의 마케팅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철 대신증권 금융상품팀장은 "주식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배당을 많이 하는 주식의 수요가 늘어 배당이 적거나 위험부담이 높은 주식은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팀장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감소로 예전처럼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기회가 사라지는 대신 휴일용 또는 전원주택이 인기를 얻는 등 부동산시장에도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10년후를 내다보라
고령화는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 실물시장 등 경제지도를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들의 움직임은 둔해 보인다. 고령화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노후를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몇몇 기업들이 실버 타운을 지었거나 계획하고 있는 정도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회사들은 최근에서야 노인들을 위한 단말기와 서비스를 내놓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고령화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기업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의 CEO들은 노인소비층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을 했을 때 웃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뒤늦게 노인소비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댄다"며 기업들을 꼬집었다.
■ 먼저 뛰어 들어라
최정규 맥킨지 파트너는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애완견 산업이 연간 2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고령화 트렌드를 잘 읽고 소비가 꿈틀거리는 곳에 먼저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폴 월리스 전 인디펜던트지 경제부장의 말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회사가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할 때나 취직을 결정할 때 그 회사가 고령화파동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마치 고령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왕따' 당할 것이란 협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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