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하나은행 상대 소송준비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SK글로벌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고객들이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글로벌 외에도 온세통신 등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과 카드사 부실 등으로 인해 특정금전신탁 고객의 손실이 커지고 있어 은행들에 대한 고객의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SK글로벌 기업어음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고객들이 인터넷 모임(http://cafe.daum.net/hanaskg)을 만들어 하나은행에 대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임의 회원들은 1인당 50만원의 회비를 내 변호사를 선임하고 전국의 피해 고객들을 모아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뒤이어 한미, 부산은행 등 다른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가입자들도 소송 준비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SK글로벌로 인한 파장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정금전신탁은 원래 펀드에 편입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가나 고객들이 손실을 입더라도 은행이 고객에게 원금을 보전해줄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는 모임에서는 은행측이 편입될 기업의 CP를 미리 선정해놓고 고객들의 사후동의를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은 특정금전신탁을 거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취급해왔기 때문에 PB 담당자들의 권유로 고객들이 SK글로벌 CP를 펀드에 넣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정금전신탁으로 손해를 본 한 시민은 “고객이 해외에 나가있는 사이 PB 담당자들이 SK글로벌 CP에 임의로 투자한 뒤 사후 동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이 경우 은행측의 책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고객의 손실을 보상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이 같은 집단반발에 대해 은행측은 손실분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반환을 요구할 경우 SK글로벌 어음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법원과 SK글로벌측에 어음분할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최근 온세통신과 카드채 문제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펀드 가입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 소송을 시작으로 전 은행권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금전신탁=은행 신탁 펀드중의 하나로, 돈을 맡기면서 특정기업의 주식이나 기업어음ㆍ회사채 등을 구입해 달라고 고객이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조의준,김상용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