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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유동성)은 풀렸는데 중소기업과 가계는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늘리고 기준금리도 내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나 투자에 사용되는 돈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탓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금융회사들은 돈 빌려주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돈은 고스란히 은행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몰리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예금은행의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86조8,000억원으로 최근 2개월 연속 증가했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지난해 말 86조원을 넘어선 뒤 올 1월 들어 85조원대로 감소하는 등 등락을 보이다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년 만기 금융채 투자액도 지난해 말 60조원을 넘어선 뒤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 2개월 연속 증가해 62조원을 넘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로 시중 유동성이 안정성이 높은 단기투자 상품에 몰리는 '단기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성 등에 따른 가계 부문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채권투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금융채 등 회사채에 유입된 자금은 5월 10조원에 달했다. 4월부터 개인 투자가 용이해진 물가채는 6월에만도 874억원이나 몰려 4월의 195억원보다 4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렇게 안전자산으로 몰린 돈이 좀처럼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과 기업들이 현금확보에 애를 태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원화 대출금 및 원화 유가증권으로 사용된 자금은 1,36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화대출금은 6월 말 현재 1,089조6,000억원으로 올 상반기 2.0% 증가하는 데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4.3%보다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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