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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금융시장 이상 기류] 한국 디플레 늪 빠지나

가계부채 1000조에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br>경기 하강 맞물리면 'D 공포' 현실화 가능성<br>정부 "걱정할 단계 아니지만 위험 대비"

한국경제가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채상환이 더욱 힘들어지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8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고 올해 들어 코스피의 시가총액도 고점 대비 130조원이나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자산가격 하락이 경기하강과 맞물릴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내놓은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은 3.5%로, 내년에는 0.2%포인트 내린 3.9%로 각각 제시했다.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IMF는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3.8%로 지난 2010년(12.8%)과 2011년(5.9%)에 비해 크게 무뎌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대외 환경이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상반기 수출액은 2,75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에는 2009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자재ㆍ자본재ㆍ소비재 수입이 동반 감소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국내투자 위축과 내수침체 등 수요부진까지 겹치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산시장이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연중 고점이었던 4월3일만 해도 1,178조1,384억원에 달했지만 이달 17일에는 1,050조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석 달 사이에 13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고점 대비 3분의1토막 난 곳이 나타났다.

얼어붙은 주택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3만7,069건으로 지난해 6월보다 3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주택 거래량도 29.3% 줄었다. 거래량 감소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도 크게 떨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의 경우 지난달까지 전월 대비 8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자산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내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산가격 하락이 높은 가계부채와 맞불려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기존 대책으로는 디플레이션 공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부채가 묶여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부채를 청산하지 못해 소비여력이 줄고 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인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규제완화와 제도개선 중심으로 작지만 실효성 있는 '스몰볼' 정책을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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