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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나는 탈법 기는 감독
입력2002-12-04 00:00:00
수정
2002.12.04 00:00:00
'나는 꾼들에 기는 당국.'
증권시장,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 대주주 횡령, 가장납입, 주가조작이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카리스소프트ㆍ심스밸리ㆍ텔넷아이티ㆍ올에버ㆍ세림아이텍 등 너무 많아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감독 당국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며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지만 늘 뒷북치기식이어서 투자자들만 골병이 들고 있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는 이미 주가가 폭락,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공시제도를 도입했지만 정보라고 할 수 없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쏟아져 오히려 투자자들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조회공시와 수시공시제도가 있지만 너무 엉성한데다 당국의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에 대한 의지도 약해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증권업협회ㆍ금융감독원ㆍ검찰ㆍ경찰 등의 증시 불공정 거래행위 관련공조도 담당자들의 개별적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후진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검은 세력이 날뛰며 코스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데도 이들의 범죄행위에 초동대처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 관련 범죄행위에 수평적인 협력으로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방수사국(FBI)이 범죄조직의 자금이 유입된 나스닥 상장사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로 조사 중이라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나스닥규제기관(NASDR)에 연락해 공조를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ㆍ금감원ㆍ증권업협회ㆍ코스닥위원회로 층층이 거쳐 내려가고 올라갈 때도 층층이 거쳐야 하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어렵다.
백화점이 잘 되려면 진열대에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짜상표, 유해상품, 유효기간 경과제품 등이 없게 해 신뢰가 형성되도록 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뢰는 한번 잃으면 쉽게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도 이제는 등록심사보다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시장을 외면할 것이다.
오현환<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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