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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금융계 이것부터 바꾸자](2)낙하산인사 언제까지
입력2003-01-09 00:00:00
수정
2003.01.09 00:00:00
이진우 기자
지난해 은행권 주총에서는 정권 말 분위기를 틈타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했다. 2명의 시중은행장이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나는가 하면 주총에서 2명의 감사가 복수로 추천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내에서는 국민은행의 감사로 추천된 한 임원이 감사직 수용을 거부했다가 좌천되는 이른바 `인사 항명` 파동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간부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은행의 감사로 선임되지 못하자 금융회사의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사안들 같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시도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선임을 좌우하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기는 관료들과 기왕 관치인사를 받아들이려면 `힘센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빚어낸 결과다.
사실 낙하산 인사는 금융계의 오랜 관행이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인식되면서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왔다. 국민의 정부를 지향한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 은행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낙하산`에 `명분`까지 실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그 동안 금융회사 경영진의 인사원칙 중 하나로 강조해 왔던 `전문성`은 늘 뒷전이다. 여기에는 공직자들의 경우 퇴직 전 일정기간 동안 자신이 맡아 왔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들에게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공직자윤리법)의 맹점도 한몫하고 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서는 `상장기업의 감사는 최근 2년 내 해당기업의 임직원이 아니었던 사람 중에서 뽑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어차피 외부에서 감사를 수혈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외부전문가를 수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의반 타의반 낙하산 인사를 감수하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그나마 `전문성 있는 관료`마저 영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직 후 좋은 곳의 감사자리로 취직하기 위해서는 이른 바 `힘센 부서`를 피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오가고 있다.
올해도 오는 3월을 전후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주총 시즌이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금융계에서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새 정부도 들어서는 만큼 올 주총부터는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시비가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공직자들의 취업을 지나치게 제한해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빼앗고 있는 경직된 법 규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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