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당분간 학부모님들과의 접촉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최근 서울 마포 S초등학교 교장은 학급 담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지난 9일 녹색어머니회 학부모와 점심 약속을 한 이 학교 3학년 담임 이모 교사는 난감했다. 약속을 취소할지, 그냥 진행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 것. 아이들의 안전한 등ㆍ하교를 지도하고 있는 학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선의의 자리지만 교장선생님이 ‘접촉금지령’을 내린 상황이어서 선뜻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개학과 동시에 한 약속인지라 취소하면 실례라는 생각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이 교사는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감사인사만 하고 점심을 먼저 먹었다며 양해를 구하고 바로 일어섰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일선 학교 교사들이 몸조심(?)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교사 윤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교육당국과 인터넷 등 감시의 눈초리가 많아지면서 자칫 오해를 살 행동을 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을 앞둔 시기에 학부모들과 만나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데다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양천 A초등학교는 긴급한 사유가 없는 한 추석 일주일 전에는 학부모 참석 가능성이 있는 행사를 갖지 말도록 조치했다. 아들이 이 학교 4학년생인 한 학부모는 “새 학기 학급 회장단 축하 모임을 11일 갖기로 하고 담임교사를 초청했으나 참석하기 힘들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선생님들이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명절 때면 몇몇 교사들이 음성적으로 학부모로부터 떡값을 받는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이 같은 악습이 상당히 없어졌다는 게 교사와 학부모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천 B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주부 김모씨는 “학기 초나 명절 때는 없던 모임도 만들어 교사들에게 봉투를 넣은 꽃바구니를 전달하는 게 관례처럼 돼왔다”며 “요즘에는 학교 차원에서나 교사 스스로의 자정운동 덕분에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모 교사는 “학교나 교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악습을 부추기는 일부 학부모의 빗나간 자식 사랑도 청산돼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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