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3일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주요 기업들의 반기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KCC건설은 지난달 29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회계처리시 영업 관련 비용을 영업 외 비용 계정인 잡손실로 옮기는 식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이 넘지 않도록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잡손실은 재무제표에서 특정 항목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비용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항목이다. 재무제표 손질로 KCC의 잡손실은 1·4분기 1억원에 불과했으나 반기보고서에서는 9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잡손실 8억원과 지난 2012년의 4억원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KCC건설은 이 같은 잡손실 급증에 대해 어떤 주석도 달아놓지 않았다.
이 같은 회계처리 덕분에 KCC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63억원, 이자비용은 60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 1을 간신히 넘었다. KCC의 1·4분기 영업이익은 40억원, 이자비용은 55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잡손실 규모가 너무 크고 또 과거와 비교해 갑자기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를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해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KCC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번 KCC건설의 반기보고서 꼼수 작성은 규정을 몰라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1월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은 안 되며 내년에 발표되는 기업들의 2014년 사업보고서를 대상으로 지정 대상 기업을 정한다. 지정 대상 기업 기준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상장회사 중 동종 업체 평균 부채비율의 150% 초과 및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회사다.
다만 이번 KCC건설 해프닝으로 감사인 지정제 확대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대표는 "근본적으로 감사인 지정 기준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피감법인들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이 많고 감사인 역시 지정제로 인해 고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눈감아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감사인 전면 지정을 하거나 감사인 지정 기준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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