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부터 국내 철강업계에 ‘졸면 죽는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7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현주소를 이같이 짚었다. 철강업계의 주 원료중 하나인 아연과 니켈 가격이 지난해보다 무려 300~400%나 급등한 데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과거의 1~2년 주기에서 1~2분기로 짧아지는 등 철강업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가격 역시 열연코일의 경우 지난해 초 톤당 570달러대에서 연말에는 340달러까지 급락한 뒤 최근에는 500달러를 웃도는 등 1년 사이에 진폭은 커지고 주기는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같은 철강업계의 불안한 현상이 중국 철강업계의 급작스런 급부상과 원자재 수급 불안, 세계 철강업계의 통합화와 대형화로 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고부가 가치강을 생산하는 것이 국내 철강업계의 현실을 뚫고 나가는 데 가장 큰 무기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꿈의 제철기술로 불리우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상용화될 예정인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신기술이다. 또 투자비가 저렴하고 오염물질 배출량도 적은 친환경 제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파이넥스 설비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비와 환경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유연탄과 철광석을 덩어리로 만들지 않고 가루 상태 그대로 용융로에 넣어서 쇳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 파이넥스의 또다른 특징은 가루 철광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철광석 원자재 확보에도 매우 유리하다는 점이다. 가루 철광석은 현재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덩어리 철광석에 비해 가격이 20% 이상 싸고 생산지 분포도 훨씬 광범위하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가장 큰 경영 초점은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 성공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이는 국내 철강기술의 진보를 전 세계적으로 과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경쟁력 강화에 발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가절감과 에너지 절감 역시 중요한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꼽힌다. 우선 원료측면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점탄 사용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포항제철소 3코크스 공장이 미점탄 사용비를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린 32%라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현재 전 세계 최고 기록인 신일철의 31.8%보다 앞섰지만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미점탄이 강점탄에 비해 가격이 60% 정도로 저렴해 원료비가 크게 절감되지만 품질이 낮아 고품질의 코크스를 만드는 데에는 취약하다는 것이 그 동안 철강업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저렴한 원료비를 통해 동일한 철강제품을 생산해 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원료비 절감 외에 올 하반기에 고부가제품인 전략 강종의 생산과 판매 비중을 늘려 중국을 따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1,300만톤의 전략 강종을 생산, 판매한 포스코는 올해 공급량을 1,400만톤으로 늘려 전체 철강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2%로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는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제품중 절반 이상을 전략강종에 할애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해보다 5.4% 늘린 올해 투자 계획(3조9,000억원)중 절반 이상을 6CGL 신설과 전기강판 신예화 등 제품고도화와 파이넥스 신설, 포항 3고로 개수, 광양 2열연 합리화 등 생산능력증강에 투자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