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전문기업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국내와 미국, 중국 등에 16개의 공장을 보유한 중견업체다. 반도체 패키징을 하려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정밀 장비가 필수로, 장비 제조 중소기업들이 폐업하거나 파산하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납품업체의 도산으로 고가의 장비를 쓰지 못하게 된 경험이 있는 엠코코리아는 안정적 생산을 위해 중소업체에 기술임치제 도입을 독려했다. 도입 기업에는 더 많은 납품 기회를 주고, 해외 공장 납품 때에도 우선권을 부여했다. 결과는 일석이조였다. 엠코코리아는 지속적이고 안정적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게 됐고, 중소업체는 고유의 기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
기술임치제가 대ㆍ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스스로 기술임치제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대기업이 앞장서 납품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기술임치제를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은 핵심기술을 보유한 납품업체가 갑자기 파산해도 관련기술과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핵심기술 보호로 사업의 지속성과 재산가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대기업 및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이 합의하는 삼자간 기술임치 계약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24일 대ㆍ중기재단에 따르면 삼자간 계약 건수는 2011년 164건, 2012년 481건, 지난해 727건으로 증가했다.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삼자계약도 전체 1만여건 중 1,676건, 17.7%에 이른다.
수원시는 2000년대 중반 IT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웹페이지 서비스가 중단됐다. 또 지방세 및 세외수입 수납을 별도의 가상계좌 민원 서비스로 처리하려 했지만 해당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잦은 폐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수원시는 협력기업은 저작권을, 시는 사용권을 가질 수 있는 기술임치제를 활용했다. 처음에는 협력업체들이 기술임치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기술 유출을 우려해 도입을 꺼렸지만, 민원 서비스에 대한 안정성과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동의해 협력업체들이 기술임치제를 받아 들였다.
이후 가상계좌 관리 업체가 갑작스레 폐업하기도 했지만, 기술임치제를 이용한 덕에 수원시는 바로 제3의 업체를 선별, 빠르게 새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시간, 비용 낭비를 막았고 시민들도 불편을 겪지 않게 됐다.
기술임치제의 효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대ㆍ중기재단은 기술은행 설립과 기술거래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은행이 생기면 기술자료 임치물을 평가, 담보로 활용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지원해 주고 기술 수요처를 찾아 연결해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기술평가기관 및 금융기관과에 기술평가비용 지원 등 유인을 제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종국 대ㆍ중기재단 사무총장은 "기술임치제가 도입된 지 7년째로 누적 1만 건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도를 몰라 이용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으로 제도의 장점과 효과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