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제수필] 가지와 뿌리
입력1999-05-16 00:00:00
수정
1999.05.16 00:00:00
鄭泰成(언론인)오해의 소지가 없지않으나 주민 인민 대중 민중 신도 신자등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말과 믿음 그리고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개 가지를 보았을뿐인데 그 뿌리를 보았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종교의 경우를 예로 들면 불교도들은 스님을 통해 부처님을 보고 기독교도들은 목사를 통해 예수님을 본다. 스님이나 목사가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바르게 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스님이나 목사는 가지일뿐이며 뿌리는 아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에게 이르는 길임에는 틀림 없으나 잘 못된 길일수도 있다. 예수님과 부처님은 한분뿐인데 그 종파는 수 없이 많을뿐 아니라 서로 배척하는 것을 보아도 스님과 목사의 인도가 다 부처님과 하나님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목사나 스님의 인도 없이는 하느님과 부처님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간혹 그들의 인도에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교집단 혹은 광신의 무리가 되기도 한다.
정치의 경우도 종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정치지도자의 인도에따라 정치의 사상 혹은 이념에 접한다. 지금의 세상에 이르러 민주주의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내용은 결코 하나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사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민주주의 해석은 크게 달라 어떤 사람의 눈에는 국민의 뜻으로 비치고 어떤 사람의 눈에는 독재로 비치기도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주권자인 국민이 바르게 취사선택할 수만 있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만만세 이겠으나 현실은 정치지도자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기 때문에 국민의 취사선택은 언제나 바른 것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지도자를 따라 무리를 지어 선거로써 결판 지을 수 밖에 없다.
경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에 이르러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으나 나라와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를뿐 아니라 가지를 보느냐 뿌리를 보느냐에 따라 생각을 달리 할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지는 곧 기업이라고 할수 있다. 가지인 기업이 소망스럽게 뻗어나가고 있는 곳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강렬하며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오히려 시장경제에 대한 적의(敵意)가 강하다. 우리의 상황은 후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