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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경제 고속질주 이유있다
입력1999-04-29 00:00:00
수정
1999.04.29 00:00:00
이용택 기자
호주 경제가 독야청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호주가 아시아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아있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며, 선진국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자 호주의 고속성장 비결에 경제학자들은 물론 각국 경제 관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는 특히 「호주를 배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달 호주를 방문, 현지 경제현장을 둘러본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호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1%. 선진국들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고,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전체에선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지난 97년 8.8% 성장에서 지난해에는 7.8%로 성장률이 둔화됐고, 올들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호주는 이와 반대다.
호주는 지난 97년 3.6% 성장에서 아시아 위기가 아·태지역을 휩쓴 지난해에는 오히려 성장률이 5.1%로 높아졌다. 올해도 이같은 고속성장을 지속, 8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의 이같은 고속성장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 기반을 놓고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호주 수출상품인 원자재의 60%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수출되고 있고, 대표적인 외화벌이인 관광 수입도 절반은 아시아 관광객이 쓰고간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로 아시아 수출이 급감하고, 관광객이 끊어진 것은 물론이다. 더구나 지난해 원자재 가격도 폭락했다. 호주 경제가 휘청거려야 할 시점이다. 이미 이웃나라 뉴질랜드는 아시아 위기에 감염돼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호주의 성장 비결은 몇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0년대 이미 은행 구조조정을 단행, 강건한 경제기초(펀더맨털)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악성부채 대부분을 털어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아 보약으로 작용했다.
특히 80년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 아시아 국가들처럼 높은 비용을 들여 환율 방어에 나설 필요가 없었고 급격한 환율변동도 없었다.
이같은 건전한 경제기반 아래 호주는 아시아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에서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은행 이자율을 낮추고 통화 긴축정책도 가능하면 자제, 기업경영을 도왔다.
기업들도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주력시장인 아시아의 주요 국가가 위기에 빠지자 재빠르게 수출선 다변화를 도모했다. 예를 들어 한국시장이 가라앉자 항공사 콴타스 에어웨이스는 보다 안전한 인도로 항공기 배치를 늘렸고, 인도네시아가 위기 상황에 접어들면서 소 수출이 줄어들 땐 멕시코와 리비아 등지로 판매지역을 전환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아시아지역 수출은 6%나 줄어들었지만 유럽과 미국 수출은 각각 34%, 42% 늘어났다. 전체적으로는 서비스 수출을 포함해 지난해 744억 달러를 수출, 위기상황에서도 수출은 지난 97년보다 오히려 2% 늘어났다.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 기업들의 원가 절감에 도움을 주었을 뿐더러 위기 대응력도 배가시켰다.
강한 체질을 갖춘 은행 시스템과 규제완화, 수출업체들의 발빠른 수출 다변화 전략 등이 아시아 경제위기를 방어하면서 고속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은행시스템 개혁 등을 통해 경제구조의 펀더맨털을 다진 게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가 이에 대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관심을 기울일 때 호주는 경제기초를 다지는데 집중, 경제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한 점은 아시아 국가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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